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전 세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초등학교 때부터 AI 전문 교원을 두고 천재 육성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교 AI 학과마저 법 규제에 가로막혀 증원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최근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강화를 위해 AI 전문 교사 100명, 핵심 교사 1000명 등 총 11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미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대학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AI를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인재 양성 인프라가 세계 최후진국 수준으로 뒤처져 있다. 교육부는 기존 초중고 교사 32만 명을 대상으로 AI 연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AI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도 중국이 2020년부터 시행한 데 반해 한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과목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에 나선 수준이다.
대학 교육의 수준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중국에는 AI 학과가 5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나 베이징대에서는 AI 천재를 집중 육성하는 특수반이 개설돼 있고 이곳에서는 민간을 대표하는 석학들이 미래의 량원펑(딥시크 창업자)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은 입학 정원이 1999년에 정해진 11만 7145명으로 26년간 묶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이 실제 선발하는 입학 정원은 그보다 적어 7000명 가까이 정원을 더 늘릴 수 있지만 교원 확보율 규제 등으로 AI 학과 정원 증가가 소폭에 그치고 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수도권이 늘린 AI 학과 증원 수는 205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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