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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 과잉? 아직 논할 때 아니다 [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 

김세중 우리PE자산운용 부문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공황 당시를 연상시켰던 트럼프의 고율관세 집행이 90일간 유예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관된 기대를 하기 힘들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10%의 기본관세 부과를 고집하고 있고, 중국에게는 대공황 당시에도 경험하지 못한 145% 관세로 협상 압박을 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높은 관세율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자유무역시대와 작별해야 할 지도 모른다. 대공황이 있었던 100년 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이다.

당시 스무트홀리(Smoot-Hawley Tariff Act)법에 의해서 미국은 캐나다,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최고 59%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금도 미국은 당시 유럽, 캐나다와 같은 경계대상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당시보다 훨씬 더 높은 145% 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ECB 총재 라가르드는 고율 관세와 대공황 연계성을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반응도 미국의 강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고율관세 부과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미국 나스닥 중심으로 급락했고, 미국의 달러 인덱스는 이례적으로 하락했다. 상위소득자에 의해 편중적으로 소유된 미국 증시(상위 10% 가계가 전체 주식 및 뮤추얼펀드 자산의 89% 소유) 보다도 트럼프가 더욱 관심을 갖는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는 고율 관세가 불러올 물가상승 위험을 반영하여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고율 관세가 심각한 경기침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것은 일방적 해석일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은 고율관세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결과에 가깝다. 당시 농업이든 제조업이든 산업내 심각하게 존재했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투입 등 적극적 노력이 필요했고, 그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수입을 억제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1930년대의 대공황은 직전인 1920년대에 있었던 미국 경제의 대호황이 만든 결과이다. 1920년대 미국은 신기술에 의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당시 에디슨이 발견한 전기가 산업과 가정에 보급되었다. 자동차는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공장에 적용되고, 자동차의 대량 생산에 의한 대중화 시대를 맞이했다. 라디오의 확산이 말하듯, 가전과 통신의 결합이 이루어졌다. 신기술 도입과 경제의 팽창을 경험한 10년이었다.

대개 신기술의 도입과 확산은 옆으로 누운 S자 커브의 궤적을 따라간다. 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기술의 확산이 천천히 이루어진다. 검증과 확신 단계를 거치면 신기술 제품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지지부지하던 시장침투율이 크게 치솟는다. 일종의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나면 실생활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미국 신기술은 1920년대 중반 특이점을 지나 후반에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이미지투데이




문제는 신기술이 생산성 향상을 촉발하면서 경제가 팽창하지만, 대중화 진행 이후에는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해 줄 수요가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주식시장도 생산성 향상과 기업수익 개선을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기술에 대한 과잉 기대로 급상승하고 나면 급기야 버블이 터지고 만다. 버블이 터지고 나면 부족한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재정이 동원된다. 자국의 재정을 동원한 유효수요 창출이 대외요인에 의해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율관세가 필요해진다.

과거 경험을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려와 달리 트럼프의 고율관세가 대공황 발생 위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20년대처럼 신기술에 의해 실물 팽창과정이 있고, 주식시장이 과잉 기대를 반영하여 버블을 만들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신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는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며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는 AI이다. AI 기술로 인해 급상승한 미국의 나스닥 지수를 주목함으로써, 현재 주식시장이 버블 상태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AI가 특이점을 지나 대중화와 공급과잉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주식시장 급락이 이를 반영한 결과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척도로 AI 공급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동향이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대 도래를 예상하며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AI 작동에 필수적인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고, 엔비디아 주가는 고점에서 25%가 물러나 있는 상태이다. 우려를 자극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려와 달리 AI의 확산이 특이점을 지나 팽창기를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딥시크 출범 이후 기존 AI 작동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대응과정으로 본다. 딥시크 출현으로 AI 기술은 더욱 효율화될 것이고, 생활 속에서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AI방식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형태의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경제 대공황 발생 위험도 경계해야 하지만, AI 기술 변화의 과도기 속에서 어떻게 기술발전을 주도할 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시대가 요구하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서 민관역량 강화와 AI생태계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전략적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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