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예’로 애플 주가가 급반등했으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제품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가 125%로 치솟은 데다 백악관이 아이폰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아이폰이 미국에서 제조될 경우 가격이 3배 치솟아 3500달러(약 510만 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의 관세 유예 소식을 전하자 애플 주가는 전장보다 15.33% 급등하며 마감했다. 주가는 반등했지만 애플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이날 트럼프는 중국의 보복 조치를 겨냥해 관세를 기존 104%에서 125%로 올렸고 대신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는 유예했다.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 중인 애플로서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백악관은 한발 더 나아가 애플에 아이폰의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월가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비현실적인 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아이폰 제작 비용이 90% 늘고 최종 가격은 25% 상승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더라도 부품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국에서 조립돼 수입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기술 낙관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의 미국 생산에 대해 ‘망상’이라고 일축하며 “현 1000달러인 아이폰 가격이 3500달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플 전체 공급망의 10%만 미국으로 이전해도 300억 달러의 비용과 3년이라는 시간이 든다”며 “1000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재인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은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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