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된 서울 명동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이 9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재 건물이 럭셔리 브랜드 샤넬의 국내 최대 매장과 문화유산 박물관, 전통문화 전시회 등 한국적 요소를 접목한 ‘럭셔리 부티크’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올해 역점 사업인 ‘명동 타운화’ 완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더 헤리티지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네오바로크 양식 건물로 한국전쟁 때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신세계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된 이 건물을 약 10년 전 매입한 뒤 보존·복원에 공을 들여왔다.
신세계는 30여차례 국가유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1935년 준공 당시와 90%가량 동일한 수준으로 건물을 복원했다. 문화재를 판매 시설로 바꾸는 과정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층 천장의 꽃 문양 석고부조는 파손된 곳을 보수해 원형으로 복원했고, 준공 당시 설치됐던 금고의 문도 그대로 4층으로 옮겨 전시하는 등 최초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자 진심과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더 헤리티지는 럭셔리 부티크에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공간으로 완성됐다. 1~2층엔 국내 최대 규모의 샤넬 매장이 문을 열었다. VIP 고객을 위한 공간은 물론, 기성복·핸드백·슈즈에 더해 워치·파인 주얼리 전용 살롱도 갖췄다. 건축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가 설계를 맡았으며 판매 상품 뿐 아니라,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70여 점 이상의 예술 작품, 오브제 및 가구도 함께 전시했다.
4~5층에는 각각 ‘더 헤리티지 뮤지엄’,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를 조성해 모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과 전시·갤러리 등으로 꾸몄다. 대한민국 유통의 발자취를 담은 역사관과 고품격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물론,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담은 전시와 강연, 워크샵, 체험 공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은 전년 대비 458% 늘었다. 이전에도 2022년 241%, 2023년 514%씩 증가하면서 상승 폭을 그렸다. 3층 입점 시설은 미정이다.
더 헤리티지가 오픈하면서 신세계는 올해 역점사업인 ‘명동 타운화’ 완성에 속도를 내게 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서 쇼핑·외식·문화 등 수요를 한 번에 충족시켜 집객력을 높이고자 본점 건물 3개를 모두 연결하는 ‘명동 타운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본관 ‘더 리저브’에 올 하반기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이 완성되고 신관 ‘디 에스테이트’에 럭셔리 브랜드부터 컨템포러리 패션까지 아우르는 리뉴얼이 끝나면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국내 최고 수준의 브랜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신세계의 모든 역량과 진심을 담아 ‘더 헤리티지’를 개관했다”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관광의 즐거움과 쇼핑의 설렘, 문화의 깊이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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