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주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을 상대로 대출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2월보다 2조 1000억 원 감소한 1324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3월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200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 규모별로보면 대기업 대출 잔액은 280조 3000억 원으로 7000억 원 줄었다. 중소기업은 1044조 원으로 1조 4000억 원이나 감소하며 전체 감소폭을 키웠다.
기업대출이 이례적으로 감소한 대출 수요가 공급 모두 줄어든 영향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대기업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을 통해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를 줄였다.
문제는 은행들이 신용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중소기업에 한 해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밸류업 정책 기조하에서 은행권은 위험자산(RWA)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등 연체율이 높은 차주에 대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말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한은 관계자는 "공급만 줄어든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대출 수요 둔화세가 줄어든 것도 주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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