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글로벌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한 해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매각이 성공하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SK의 리밸런싱 작업(사업 재편)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SK㈜는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SK스페셜티 등 SK 매물을 독식하고 있는 한앤컴퍼니와 단독 협상을 통해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K 측은 “그룹 사업 재편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생산한다.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다. SK㈜는 2017년 LG그룹이 보유했던 LG실트론 지분 51%와 재무적투자자(FI) 지분 19.6%를 7900억 원 안팎에 인수한 바 있다. 인수 당시 매출은 9331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조 1268억 원으로 외형이 커졌다. 영업이익은 3155억 원을 기록했다.
SK가 좋은 실적에도 SK실트론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 핵심 사업에 투자하는 그룹 리밸런싱 작업 때문이다. SK㈜는 지난해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인 SK스페셜티 매각으로 2조 6300억 원을 마련한 데 이어 SK실트론 매각으로 3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는 이 자금을 인공지능(AI) 사업 등에 투자해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조 5260억 원에 달했던 SK㈜의 순차입금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매각 대상 지분은 SK㈜가 보유한 51%에 NH·한국투자·삼성 등 증권사들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맺어진 소수지분 19.6%를 합친 70.6%가 우선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29.4%는 매각에서 일단 제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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