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의 무수익여신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고환율 장기화로 상환 여력이 악화한 영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024110)이 지난해 무수익여신 잔액 증가 기업 상위 20곳을 집계한 결과 이 중 11곳이 제조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에 대한 무수익여신 규모는 총 1124억 원에 달한다. 부실 신호는 신규 채권재조정 건수에서도 확인됐다. 총 여신 잔액 100억 원 이상 기업 가운데 지난해 신규로 상환유예 등 채권재조정을 받은 9곳의 기업 중 8곳이 제조업체였다. 전년(2023년)에는 전체 신규 채권재조정 대상이 단 두 곳에 불과했고 이 중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은 한 곳뿐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모든 나라에 기본관세율인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기본 관세 10%는 지난 5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25%)을 비롯해 미국이 이른바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한 국가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는 오는 9일부터 적용된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국 관세 영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제조업체 2107곳 중 응답 기업의 60.3%가 트럼프발(發) 관세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세부 응답별로 보면 △직접 영향을 받는다 14.0% △간접 영향이 있다 46.3% △무관하다 39.1% △반사이익 예상 0.6% 등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기업들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공세 등의 간접 영향까지 있어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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