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재정관리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복지 등 민생 중심의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GDP 대비 비율도 4.1%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기준(3%)을 훨씬 웃돌았다.
기획재정부는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지난해 괸라재정수지 적자가 전년 대비 17조8000억원 늘어난 10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8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112조원)과 2022년(117조원)에 이어 세 번째다.
재정관리수지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은 지난해 30조8000억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복지 등 민생중심 지출은 삭감없이 유지되면서 수지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GDP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1%로 정부의 재정준칙 기준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하는 원칙이다. 정부는 재정건선성을 담보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채무도 1175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GDP 대비 비율은 46.1%로 전년보다 0.8% 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GDP 기준연도를 조정하면서 분모가 커진 결과로, 국가채무비율은 기준 변경 전인 2023 회계연도에 50.4%를 기록하며 이미 심리적 마지노선인 50%를 돌파한 바 있다.
문제는 국가채무 비율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령화와 복지 확대로 의무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세수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어서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다시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의무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준칙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3%를 지속적으로 웃도는 만큼 기준 자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정부 총수입은 59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결산 대비 20조5000억원 늘었다. 총지출은 638조원으로 27조3000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는 43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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