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약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미국 내 관련 공급망이 취약한 상황을 우선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대체재가 마땅치 않거나 급격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품목은 관세 폭격에서 제외한 셈이다. 국내 반도체·바이오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지만 후속 사태에 대비하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상호관세 발표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데 대해 “별도의 산업별 관세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미국 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이 만들고 있는 첨단 반도체 제품에 대한 대체재가 충분하지 않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면 미국 테크 기업들이 훨씬 더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반도체의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은 7.2%로 중국(33.3%), 홍콩(18.4%), 대만(14.5%) 등에 비해 적은 편이다. 다만 여러 나라를 거쳐 만들어지는 반도체 공급망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위협대로 관세를 부과하면 적잖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측 상호관세 발표에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가 “별도의 산업별 관세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번에 상호관세 대상에서 뺀 의약품 역시 바이오 업계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높아져 미 국민들의 보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암제 등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가격이 높아지면 트럼프 정부 지지층 중 한 축인 서민 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의약품에 따라 선별적으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제약·바이오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보툴리눔 톡신 등 미용과 관련된 의약품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서 “의약품별로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안도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미국 내 바이오 제품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SK바이오팜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시 미국 내 제조 시설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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