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군사강국 미국만 유일하게 운용하는 항공모함의 전자식 캐터펄트(사출기) 기술을 구현하고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는 핵추진 항공모함 개발까지 추진하면서 양국 간 해군력의 상징인 항공모함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중국 해군은 지난 9월 23일(현지 시간)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자식 사출기가 장착된 항공모함 푸젠함에서 J-15T, J-35, KJ-600(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함재기 3종의 이착륙 및 정지 훈련을 진행해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푸젠함의 전자식 사출 및 회수 작전 능력을 입증했다”고 했다.
J-15T는 고정형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 4.5세대 중형 첨단 전투기다. J-35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미 공군의 첨단 스텔스기인 F-35, F-22에 맞설 목적으로 제작됐다. KJ-600은 상대국의 스텔스 전투기와 드론 대응 목적의 최신 공중 조기경보 및 통제 항공기다.
푸젠함은 중국 최초로 전자식 사출기(전투기의 이륙을 돕기 위해 밀어주는 장치)를 장착한 항공모함이다. 전기를 이용해 작동하는 전자식 사출기는 증기식 사출기보다 앞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함재기를 곧장 쏘아올릴 수 있어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함재기의 이륙을 가능하게 한다. 이 장치를 갖춘 항공모함은 미 해군의 제럴드 R. 포드함과 푸젠함 두 척 뿐이다.
기존 대부분의 항공모함은 ‘증기식’ 캐터펄트나 스키점프대 발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2호 항공모함 산둥함은 스키점프대 형태의 활주로를 이용해 함재기가 이륙하는 방식이다. 2022년 6월 진수된 배수량 8만t급의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건조한 사출형 항공모함으로 70여 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전문가 인용 보도를 통해 “푸젠함과 함재기의 핵심 능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고 이는 중국이 주요 항공모함 보유국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며 “중국 해군이 원양작전 능력을 갖춘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 해군이 사출기 운용에 성공하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며 항공모함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 해군이 랴오닝함·산둥함·푸젠함에 이은 네 번째 항공모함인 핵 추진 항모를 건조 중이라고 지난 10월 1일(현지 시간) 대만 매체가 보도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외신과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중국이 함재기 90대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004형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해 원양작전이 가능한 ‘대양 해군’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새로운 항공모함은 미국의 제너럴 R.포드급에 필적할 역량을 갖췄다. 배수량이 11만∼12만t급으로 길이는 330∼340m에 달한다. 조만간 취역을 앞둔 3호 항공모함 푸젠함(배수량 8만 5000t급·320m) 보다 규모가 훨씬 커진 것이다.
게다가 004형 항공모함에는 J-15T 중형 공격기 24∼30대와 J-35 스텔스기 20대 이상, KJ-600 조기경보기, 각종 무인기(드론) 등 90대 이상의 함재기가 실린다. 이는 약 75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제너럴 R.포드급 항공모함을 앞선다.
특히 004형 항공모함이 중국 해군 최초로 핵추진 방식을 채택할 예정으로, 400∼500㎿ 효율의 가압수형 원자로 2기를 통해 ‘무제한 항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아울러 004형 항공모함이 서방 국가 ‘슈퍼 항공모함’의 갑판 공간 및 격납고, 후방 지원 설계를 모방한 것은 물론 푸젠함과 마찬가지로 ‘전자기 캐터펄트’ 이륙 방식을 적용해 미 해군과의 항공모함 기술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네 번째 항공모함 건조에 들어갔다는 관측은 지난 2024년에 나온 바 있다. 당시 홍콩 동방일보는 중국이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선체 너비가 약 40m에 달하는 항공모함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진수까지 약 6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004형 항공모함 건조 상황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004형 항공모함은 전자식 사출기 활주로 4개를 갖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되면 세계에서 7번째 핵추진 항공모함이 된다. 004형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원자로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첨단 가압수형 원자로인 AP1000일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004형 항공모함이 완공돼 취역하면 중국 해군은 항공모함 편대를 갖추게 돼 원양까지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다.
한편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은 중국 항공모함 가운데 처음으로 첨단 전자기 사출기를 갖췄지만 갑판 설계 결함으로 함재기 동시 이착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중국 내부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동시 이착륙이 불가능해지면 함재기 출격 회수가 크게 줄어 전투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군사평론 매체 ‘해사선봉(海事先鋒)’은 최근 “함재기 동시 이착륙은 배수량 8만-10만t급 대형 항공모함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인데 푸젠함은 사실상 함재기 동시 이착륙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당초 푸젠함이 증기식 캐터펄트를 장착하는 것으로 설계가 이뤄졌다고 변경된 점을 꼽았다. 증기식을 쓰려다 전자기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설계상의 고려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기식은 활주로 길이가 70m 정도이지만 전자기식은 100m 이상으로 길이가 늘어난다. 이렇게 활주로가 길어지면서 착륙 활주로와 겹치게 됐다는 분석이다.
매체가 분석한 그래픽을 보면 푸젠함의 2호 사출기 라인은 사선으로 그어진 착륙 활주로 끝 부분과 겹치고 3호 사출기는 착륙 활주로 안에 위치 한다. 함재기가 착륙할 때 2·3호 이륙 사출기 라인은 동시에 쓸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호 사출기 라인은 착륙 활주로와 겹치지는 않지만 착륙한 함재기가 반대편 정비구역으로 이동하려면 1호 사출기 라인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체는 “푸젠함의 함재기인 J-15는 중형 전투기로 착륙 시 충격이 크고 사선 활주로 끝 부분까지 가서야 멈출 수가 있다”며 “착륙 시엔 사실상 1·2호 이륙 라인 모두 사출기를 가동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 무기체계의 결함은 그동안 서방 군사 전문 매체들이 주로 보도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 매체에서 이 같은 결합 보도가 나왔다. 이 기사가 검열되지 않고 그대로 보도된 것은 중국 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잘 아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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