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강세 속에 내국인과 기업들이 달러를 내다 팔면서 달러예금을 비롯한 거주자 외화예금이 석 달 만에 감소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이 맡긴 외화예금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월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845억 2000만 달러로 전월(883억 1000만 달러) 대비 37억 9000만 달러 줄었다.
달러예금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감소 폭은 지난해 1월(-53억 9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이 중 기업의 달러예금 감소분(-36억 4000만 달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은 113억 1000만 달러로 전달(114억 6000만 달러) 대비 1억 5000만 달러 줄었다.
2월 달러예금이 감소한 것은 환율이 오른(원화 약세) 영향이다. 2월 말 원·달러 환율은 1463.4원으로 전월 말(1452.7원)에 비해 10.7원 올랐다. 달러를 팔아 벌 수 있는 원화 차익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이 밖에 엔화예금 잔액은 77억 6000만 달러로 전월(82억 9000만 달러) 대비 5억 3000만 달러 줄었다.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거주자 차익 실현 물량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월 말 원·엔 환율은 1월 말(939.0엔) 대비 36.4엔 오른 975.4엔을 기록했다. 유로예금 잔액은 41억 6000만 달러로 (44억 50000만 달러)보다 2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985억 3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49억 1000만 달러 감소했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이 달러예금 감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은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우 환율이 올라도 달러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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