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6% 오르며 역성장 쇼크에서 벗어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탄핵 정국 이후 정부·민간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3분기부터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다시 험로가 예상된다.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나은 수준의 극적인 관세 타결이 이뤄지더라도 연간 1% 성장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가 0.6%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 1.2%로 깜짝 성장을 기록한 뒤 2분기 -0.2%로 하락했고 3분기와 4분기(각 0.1%)에 정체를 보이다가 올 1분기 -0.2%로 역성장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지만 이번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2분기 성장세를 이끈 주요 동력은 내수 회복이었다. 전 분기 -0.1%를 기록했던 민간소비는 0.5% 증가로 돌아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소비심리가 개선됐고 국내외 유명 가수들의 대형 공연을 비롯해 음식점 등 오락·문화 관련 소비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새 정부 출범과 주식시장 회복이 억눌렸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도 전 분기 0.0%에서 2분기 1.2%로 상승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유방암 건강보험 급여 확대, 어린이 대상 고난도 수술 지원 확대(284건→ 608건), 대통령 선거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비 지출 증가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도 상승세를 견인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4.2% 늘며 2020년 3분기(14.6%) 이후 최대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국장은 “관세 시행 전 선수요 효과, 상호관세 유예, 철강 및 자동차 기업들의 가격 인상 억제 노력, 생산 지역 다변화가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4월 품목별 관세로 큰 타격이 예상됐던 자동차의 경우 대미(對美) 수출은 줄었지만 유럽향 전기차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 부문의 부진으로 1.5%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1.5% 줄었다.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이 각각 0.3%포인트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 기여도가 1분기(-0.5%포인트)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반대로 건설투자(-0.2%포인트)와 설비투자(-0.1%포인트)는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이처럼 2분기 성장률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1% 성장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앞서 올 5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2분기 성장률이 5월 예상치(0.5%)를 소폭 웃돌아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1%를 달성하려면 남은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8% 이상 성장해야 가능하다. 이는 5월 전망치(3분기 0.7%, 4분기 0.6%)보다 높은 수준이다. 1·2차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극적인 관세 협상 타결과 수출 및 내수 호조 지속 없이는 1%대 성장 달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하반기에는 경제 흐름이 2분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내수는 점차 회복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수출은 본격적으로 관세의 영향권에 들어가며 둔화가 불가피하다. 이 국장은 “2분기에는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는데 3분기부터는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과의 상호관세율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15%)으로 결정된다면 한은의 5월 전망보다 약간 안 좋은 정도”라며 “5월 전망 수준이 하반기에도 유지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5월 전망에서 평균 관세율 15%를 전제로 연간 성장률을 0.8%로 예상했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이 다소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미국이 관세율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도 수출 모멘텀은 이어질 수 있다”며 “반면 설비·건설투자는 여전히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부진하고 정부 지출 역시 추경 효과가 일회성이라는 점에서 올해 1% 성장 달성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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