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그 나라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데서 행복을 느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전시를 가기 전에 작품과 작가에 대해 미리 공부하게 됐어요. 점차 내 아이 뿐만 아니라 관람객 누구에게나 감동과 새로운 힘을 줄 수 있게 돕는 ‘도슨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은퇴 후 자원봉사로만 여겼던 도슨트가 전문적인 전달자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도슨트학교’에 도전했습니다.”
‘서울시미술관 도슨트학교’ 1기 출신 서아현 도슨트는 마케팅 전략과 기획 업무를 맡아 수년 간 근무했던 대형 광고 회사를 그만둔 뒤 자신만의 브랜드를 설립한 동시에 도슨트의 꿈을 키웠다. 지난해 7월 서울경제신문이 사단법인 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이하 서미협)와 공동으로 전시 해설사 육성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 ‘도슨트학교’를 개설했다는 소식은 가뭄 속 단비 같았다. 1기 도슨트학교는 주 1회, 총 15강의 이론 및 현장 수업과 함께 자격증 검정 평가를 위한 3회의 실습 수업으로 이뤄졌다. 자격증 평가를 통과한 서 도슨트는 지난해 12월 12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공예트렌드페어’의 영어 도슨트 제안을 받았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도슨트학교의 실무 교육을 끝낸 직후라 자신감이 있었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전시 안내를 진행한 서 도슨트는 두 배의 보람과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이론도 좋지만 실무와 직결되는 내용들이 유용했다”면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장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예술 접근법을 터득했고 긍정적 자극을 받았다”며 도슨트학교 강좌를 적극 추천했다.
도슨트학교가 25일부터 4월 1일까지 제2기 수강생 모집을 진행한다. 서미협 회원 미술관 10여 곳을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생생한 강의와 함께 실습 경험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도슨트 교육이 특정 미술관 한 곳에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다양한 미술관에서 강좌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1기 참여관이었던 성북구립·세화·OCI미술관, 세종문화회관, 헬로우뮤지엄 외에 2기 강좌에는 서울대미술관, 사비나미술관, 뮤지엄한미, 토탈미술관 등이 새롭게 동참한다. 1기 출신 이현정 도슨트는 “2023년 성곡미술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기까지 다양한 도슨트 교육을 경험했지만 도슨트학교 덕분에 이론과 실무 지식을 더 견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면서 “다양한 미술관들을 경험한 것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기 모집에서는 공모 시작 이틀 만에 지원자 수가 정원을 초과했고 최종 경쟁률은 4대 1을 넘겼다. 높은 관심에도 2기 정원은 30명으로 제한된다. 서미협 회장인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은 “참여 미술관의 특성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축해 향후 미술관 도슨트로 일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수한 도슨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관람객 만족도 향상 뿐 아니라 미술관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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