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지난해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고했다. 딥시크 쇼크로 향후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나 긍정적인 향후 전망을 내놓으며 AI붐 지속의 희망을 키웠다. 엔비디아는 하반기 블랙웰 울트라를 출하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자동차·로봇 분야에서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가속 컴퓨팅’ 시대 패권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26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2025년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매출 393억 달러, 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 0.8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8%, 82% 늘어난 수치다. 이는 시장분석기관 LSEG가 예측한 매출 380억 달러, 주당순이익 0.84달러를 상회한다. 이로써 지난해 엔비디아 총 매출은 1305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2.94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전년보다 각각 114%, 147% 증가한 결과다.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이 탄탄한 실적을 이끌었다. 엔비디아는 4분기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매출 356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이던 336억5000만 달러보다 5.8% 높은 수치로, 총 매출 91%를 차지한다. 2023년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60%에 머물렀음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된 신형 AI 칩셋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이후 이뤄진 콘퍼런스콜에서 최신 칩셋 블랙웰 매출이 4분기 11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함에 따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며 “블랙웰 AI 슈퍼컴퓨터도 대량 생산을 성공적으로 늘려 1분기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엔비디아 주요 사업군이던 게이밍 분야는 매출 25억 달러를 거두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1월 초 신형 칩셋 RTX5000 시리즈가 등장한 만큼 이번 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미래 사업군으로 주목 중인 자동차·로봇 분야는 1년새 매출이 103% 급증하며 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 성장에 그친 전문 시각화 부문의 5억1100만 달러를 넘어서며 4개 주력 사업군 중 3위에 오르게 됐다.
향후 실적 전망도 밝았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2025년 2월~4월) 매출 43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이 10%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기저효과로 인한 성장률 감소가 걱정거리다. 엔비디아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2%,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한 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둬온 만큼 올해부터는 극적인 성장이 힘들어 보인다.
매 분기마다 줄어드는 매출총이익률도 시장 우려를 사고 있다. 엔비디아 매출총이익률은 1년 전 76.0%에 달했으나 지난해 3분기 74.6%, 4분기 73.0%로 하락했다. 이어 올 1분기에는 70.6%를 예상했고, 콘퍼런스콜에서는 2025년 연간 마진율이 7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도 발목을 잡는다. 황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중국 매출이 지난 분기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수출 규제 후 중국 매출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고 언급했다. 소식에 이날 정규장에서 3.67% 상승 마감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약보합 거래중이다.
엔비디아는 하반기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하는 한편 내년 신형 칩셋 ‘루빈’으로 AI 칩셋 경쟁에서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재확인했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 생산을 지연시켰던 기술적 문제점은 완전히 해결됐고 제조 방식이 동일하기에 신제품 출시에 문제는 없다”며 “에이전트 AI와 물리적 AI가 차세대 AI의 무대를 마련하면서 AI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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