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누적 미수금이 14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비보다 낮은 가격으로 민수용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생긴 문제다. 당기순이익은 1조 1490억 원 흑자였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의 미수금이 추가로 쌓였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38조 3887억 원이었다, 2023년 실적 44조 5560억 원에 비해 6조 1673억 원 줄어든 결과다. 매출이 뒷걸음질 친 것은 도시가스 평균 단가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평균 판매 단가는 2023년 MJ당 22.24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19.26원이었다. LNG 발전 규모가 소폭 줄어들면서 2023년 3464만t이었던 판매 물량이 지난해 3419만t으로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매출 규모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불었다. 한국가스공사의 2023년 영업이익은 1조 5534억 원 흑자였지만 지난해에는 3조 34억 원 흑자 기록했다. 2023년 당시 발생했던 △원료비 손실(2553억 원) △취약계층 요금 정산(2099억 원) △입찰 담합 승소금(1588억 원) 등의 일회성 비용이 대거 해소된 덕으로 풀이된다.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2023년 한국가스공사 당기순이익은 7474억 원 적자였지만 작년에는 1조 1490억 원 흑자였다. 영업이익이 1조 5000억 원 가까이 개선된 데다 순이자비용이 1454억 원 감소하는 등 경영 실적이 나아지면서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1조 8964억 원 상승했다. 재무 여건이 개선되면서 2022년 말 500%에 육박했던 부채 비율은 2023년 483%, 2024년 43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무 여건이 좋아졌음에도 한국가스공사는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분위기다. 미수금이 또 조 단위로 적립됐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의 2024년말 기준 누적 미수금은 14조 원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쌓인 미수금만 1조 원으로 연간 당기순이익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말까지만 해도 1조 8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14조 원까지 불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못한 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한국가스공사가 100억 원의 천연가스를 구입해 90억 원에 판매하면 모자란 10억 원이 미수금이 된다.
미수금이 장부에서 기록되는 방식은 ‘자산’이다. 일반 기업에서 판매 대금에 대한 미수금은 추후 회수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일단 자산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한국도시가스공사의 미수금은 회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판매 단가 자체가 원료비보다 저렴해 발생한 미수금이기 때문이다. 가스요금이 원료비보다 낮은 구조가 유지되는 한 미수금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배당금 지급 여부는 안갯속이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배당 여부는 다음 주 중 정부가 주재하는 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지만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부채비율 등의 경영 여건도 고려해야 하므로 배당 여부와 규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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