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여곡절 끝에 여야정(與野政) 국정협의회 첫 ‘4자 회담’이 열렸지만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116분 동안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과 반도체특별법, 연금 개혁 등 핵심 쟁점에서 구체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추경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하면서 민생, 미래 산업, 통상 등 3대 지원 원칙에 입각해 추가 논의하고 반도체법과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여야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가시적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협상의 불씨를 살린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에 더해 정국 혼란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압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국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7.5로 2009년 1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들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잃고 움츠러들면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 주력 산업인 자동차·반도체를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터지면 기업들이 내수·수출 이중고에 빠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정부와 여야가 규제 혁파와 세제·예산·금융 전방위 지원, 경제 살리기 입법 등을 서둘러야 할 때다.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일자리가 늘어나 소비가 살아나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여야정은 추후 열릴 실무 협의에서 기업 투자 촉진 및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반드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추경은 신성장 동력 육성과 취약 계층 핀셋 지원,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적정 규모로 편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특례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술 패권 전쟁 시대에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여야 모두 조기 대선을 의식한 정쟁을 접고 경제 살리기 비전을 통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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