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해상 드론으로 흑해에서 러시아 전투기 2대를 격추했다는 소식이 화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 인근을 비행하던 ‘수호이(Su)-30’ 전투기 2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2대 모두 추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해상 드론으로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HUR이 공개한 31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먼 거리에서 폭발한 물체 주변으로 불꽃이 튀었고 이후 해당 물체가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다.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 중 1대의 탑승자는 민간 선박에 구조됐지만, 다른 전투기의 탑승자는 사망했다고 HUR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 사용한 미사일이 미국과 캐나다가 지원한 ‘AIM-9’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한 저명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의 말을 인용해 Su-30 전투기가 격추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역량을 증명했다”며 해상 드론의 공격에 찬사를 보냈다.
러시아 Su-30 전투기 가격이 700억 원으로, 마구라 V5 해상 드론은 길이 5.5m, 너비 1.5m로 1대 가격이 3억 원에 수준에 불과하다. 저렴한 드론으로 230배 비싼 첨단 전투기를 격추한 셈이다.
세계 최초로 전투기를 격추한 해상 드론은 우크라이나 국영기업이 개발한 ‘마구라 V5’다. 정찰과 감시는 물론 폭탄을 싣고 다니며 흑해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구라 V5는 최소 300㎏이 넘는 폭발물을 싣고 최고 80㎞/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공격 범위는 800㎞에 달한다.
지난 1월 2일에는 러시아의 군용 헬리콥터 3대를 공격해 처음으로 추락시키는 등 큰 전과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해상 드론의 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헬기 2대가 격추되고 1대가 큰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 2024년 12월말에도 러시아 Mi-8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고 AP 등이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성과는 2024년 6월 마구라 V5에 ‘R-73’ 미사일을 장착한 덕분이라고 HUR은 밝혔다. R-73(NATO명·AA-11 Archer)은 단거리 열추적 공대공 미사일로 1980년대 구소련이 개발했다. 주로 MiG-29나 Su-34 같은 러시아 전투기에 장착해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측이 개전 이후 해상 드론이 톡톡한 전과를 올리자 R-73를 개조해 이를 장착해 러시아군을 상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군의 Mi-8 대당 가격은 1500만 달러(200억 원)에 달하는데, 마구라 V5의 대당 제작비는 25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수십만 달러짜리가 수천만 달러짜리 목표물을 파괴하면서 경제성 면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마구라 V5 해상 드론의 활용은 2022년부터 러시아 대형 군함을 공격하는 자폭 드론으로 활용되면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7월 흑해함대에 취역한 러시아 해군의 최신형 군함인 ‘세르게이 코토프함’은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 공격으로 속절없이 파괴됐다. 세르게이 코토프함은 최대 80명이 탑승할 수 있고, 대공·대함 미사일과 함포를 탑재한 초계함으로 그 가치가 한화로 약 870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24년 2월 14일에 크림반도 남부 도시 알룹카의 해안에서 러시아 군함 한 척을 격침했다. 격침된 러시아의 군함은 로푸카급 상륙함인 ‘카이사르 쿠니코프로함’으로 총 87명의 승조원이 탑승할 수 있다. 같은 달 1일에도 우크라이나군은 마구라 V5로 크림반도의 도누즐라프 호수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호위함인 ‘콜베트함’ 한 척을 파괴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의 소형 해상 자폭 드론은 러시아 해군 함정 12척 이상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흑해 함대를 본거지에서 이동시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은 개전 초기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를 손상해 러시아의 보급 능력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마구라 V5의 공격 방식은 단순하다. 야음을 틈타 여러 대의 마구라 V5를 목표물(군함)에 보내면, 이를 감지한 러시아군이 공격에 나서고 이중 살아남은 해상 드론이 그대로 군함과 충돌해 자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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