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꼽히는 형지글로벌(308100)이 유상증자 일정을 약 한 달 가량 늦췄다. 유상증자 청약 결과 실권이 발생할 경우 전액 인수하기로 계약한 SK증권(001510) 입장에서는 주가 흐름에 따라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은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 확정일을 6월 11일에서 7월 7일로 정정했다고 2일 공시했다. 이에 따른 신주 상장 예정일도 7월 4일에서 같은 달 30일로 연기됐다. 지난달 30일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당초 이달 1일이었던 신고서 효력 발생일이 20일로 밀린 데 따른 일정 조정이다.
형지글로벌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600만 주를 발행한다. 3월 말까지만해도 2500~2800원대였던 주가는 이 후보 테마주로 묶이며 지난달 7일 1만 1620원까지 올랐고, 회사는 주가가 급등하자 돌연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초 신고서 예정 발행가액(3420원) 기준 모집액은 205억 원이다.
SK증권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계약 조건으로 형지글로벌 유상증자 주관사를 맡았다. SK증권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모집총액의 2%를 주관 수수료로, 실권주가 발생하면 전액 인수하되 인수 금액의 1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일반 청약 결과에 따라 SK증권은 100억 원 이상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발행가액보다 주가가 15% 이상 빠지지 않으면 이익을 보는 구조다. SK증권은 이 후보의 또 다른 테마주인 상지건설(042940)과 형지I&C(011080)의 유상증자 주관사도 맡은 바 있는데 이 때는 총액인수 계약을 맺지 않았다.
문제는 신주상장 예정일인 7월 30일이 6·3 대선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이다. 형지글로벌 주가가 2일 6120원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최종 발행가액이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등을 통해 정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테마주로 묶이지 않았을 때의 주가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발행가가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정치 테마주의 주가는 테마가 소멸될 경우 이전 수준의 주가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형지글로벌의 테마 소멸 시점을 예상하긴 어려우나 발행가액 확정 시점 이후 주가가 빠르게 하락할 경우 SK증권은 15%의 수수료를 챙기더라도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과거 KB증권도 2022년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를 대량 인수했다가 회사 주가가 폭락해 200억 원대 손실을 본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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