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통상적인 국무회의와 달랐다. 형식적 흠결이 있었다”면서 “저는 물론 참석한 국무위원 모두가 만류했다”고 밝혔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도화선이 된 ‘정치인 체포 명단’의 진위를 두고 윤 대통령 측과 설전을 벌였다.
한 총리는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12·3 계엄 당일 국무회의의 실체와 국무위원들이 모인 배경 등에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당일 국무회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총리에게 끌어내려 했지만 한 총리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무회의의 정당성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간의 정부 측 증인들처럼 한 총리도 계엄 선포 전 ‘야당의 발목 잡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변론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이 5분 만에 자리를 비우면서 한 총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과 총리가 심판정에 앉아 있고, 총리가 증언하는 것을 대통령이 지켜보는 모습이 좋지 않아 퇴정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이날 메모 실물을 가져와 윤 대통령 측과 ‘정치인 체포 명단’의 실체를 두고 공방을 펼쳤다. 홍 전 차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적었고 양정철·조해주 이름은 들었지만 받아 적지 못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헌재에서의 법정 공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은 ‘헌재 불신론’을 끌어올리는 데 화력을 쏟을 방침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재판관은 꼭두각시이고 흑막 뒤 헌재 TF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탄핵 심판을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도 시작됐다. 윤 대통령 측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요청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을 더 들어보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