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과 이상고온현상이 겹치면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시차를 두고 향후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8(2020년=100)로 전달 대비 0.6%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오름폭은 2023년 8월(0.8%)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7% 뛰었다.
생산자물가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이전 기업(생산자) 간에 거래되는 가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유형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이 농산물(7.9%), 수산물(1.4%) 출하 물량 감소 여파로 전월 대비 4.0% 상승했다. 딸기가 한 달 새 57.7%나 뛰었고 감귤(26.5%), 멸치(13.9%), 물오징어(8.4%), 원두커피(8.4%) 등이 많이 올랐다. 공산품은 0.6% 상승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4.0%)과 1차 금속제품(1.2%) 등이 오른 영향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산품이 올랐고 딸기나 감귤은 이상고온에 따른 생육 기간 감소로 출하 물량이 줄어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올라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한편 비상계엄 당시 폭락했던 소비심리는 2개월 연속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은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2로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정국 안정 기대감,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에 대한 기대로 상승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100.7)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90.8로 집계됐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100 아래로 떨어진 뒤 36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올 1분기 BSI 전망치는 87.5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64.7)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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