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래킨 딥시크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레니게이드’ 개발 현황을 소개하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 ‘세미콘 코리아 2025’에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위치한 글로벌 반도체 제조 핵심 기지 답게 토종 스타트업부터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유력 회사들이 총출동해 첨단 기술을 뽐냈다. 주최측에 따르면 세계 500여개 기업이 참가했고 예상 방문객은 7만명 이상이다.
백 대표 발표장에는 최근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인지 많은 참관객들이 몰려들어 그의 발언을 받아적고 수시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딥시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효율성을 결합해 높은 최적화를 구현했다”며 퓨리오사AI 역시 최적화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산을 앞둔 AI 반도체 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레니게이드는 퓨리오사AI의 두 번째 제품으로 AI모델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추론형 칩이다. 그는 “추론칩은 사용자 응답시간 등 속도, 효율 등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램리서치, KLA,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독일 머크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장비·소재 회사들도 부스를 운영하거나 기술 세션 등을 개최해 관심을 끌었다.
램리서치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투스 할로’라는 새 장비를 소개했다. 반도체 안에서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금속 배선을 몰리브덴이라는 소재로 채우는 기기인데, 이 소재를 활용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목표로 하는 ‘1000단 낸드’의 꿈에 더욱 빠른 속도로 다가갈 수 있다. 카이한 애쉬티아니 램리서치 부사장은 “현재 생산 라인에 이 장비를 적용한 고객사들이 있고 당연히 한국 회사도 이 단계에 포함됐다”며 삼성·SK하이닉스 공급을 시사했다.
독일의 화학소재 회사 머크는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국내 설비 증설 계획을 내비쳤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는 “머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박막소재와 특수가스 관련 시설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회사인 AMAT는 AI 결함 분석 기술을 선보였다. 키스 웰스 AMAT 이미징·공정 제어 그룹 부사장은 “신규 장비 'SEM비전 H20'은 3차원(3D) 반도체 깊숙이 위치한 미세한 크기의 결함을 빠르게 식별한다”며 “반도체 회사들은 제조 시간을 단축하면서 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장비사 ASML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였던 피터 베닝크도 전시장을 찾았다. 퇴임 이후 반도체 '구루'가 된 그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에서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도 만나 이재용 회장과의 인연에 대해 “거의 30년 동안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좋은 친구(good friend)”라며 “한국의 모든 고객사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베닝크 전 CEO는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간 반도체 동맹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초강대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기술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양국이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과 제조 분야에서 차세대 반도체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칩 제조업체의 본거지며 네덜란드는 정밀 엔지니어링 강국으로 입지를 굳혀 왔다”며 “양국 협력이 단순한 경제 파트너십에 그치지 않고 상호 전문성과 지식을 연결하고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구체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필요한 TC 본더 사업에서 SK하이닉스 공급망 진입을 노리는 한화세미텍도 부스를 꾸미고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직접 현장을 챙겼다. 김 부사장은 “TC본더 등 후공정 분야에선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 기술”이라며 “한화세미텍만의 독보적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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