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기 시작한 2월은 낙상 사고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지표면 아래 진흙층이 만들어져 자칫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빙판이 남아 있는 곳과 녹은 곳이 섞여 있어 안심하고 걷다 넘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노년층은 가벼운 충격에도 심한 골절상을 입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대퇴부경부골절 환자 연 1만 명…노인이 90%=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대퇴부경부골절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는 1만 1169명으로 이중 6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91.6%를 차지했다. 나이가 들면 관절·뼈·근육 등이 약해져 힘이 떨어지고 균형 잡는 능력도 저하돼 쉽게 넘어진다. 시력과 청력이 현저히 감퇴돼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고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는 민첩성이나 순발력도 저하된다.
게다가 큰 일교차로 아침, 저녁으로 몸을 움추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자세는 균형 유지에 방해가 된다. 자칫 부주의하면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다.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골밀도가 줄어 가벼운 낙상에도 대퇴부 골절이나 척추 압박골절, 전완부 골절 등을 입을 수 있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젊었을 때는 운동과 인지기능이 좋기 때문에 간혹 낙상이 발생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점점 저하되고 타박상이나 찰과상 정도로 그칠 수 있었던 것들이 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노인 ‘낙상’ 수술하더라도 장기간 재활해야=노인이 낙상으로 골절을 입으면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이 줄어들고 간병과 의료비용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도 뒤따라온다. 회복된다 하더라도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일상생활이 위축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외출이나 운동을 잘 안하고 집에만 있게 돼 정신적으로는 불안이나 우울증이 나타나 궁극적으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대퇴골 근위부가 골절되면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한다. 회복에만 약 6∼12개월이 소요된다. 회복되더라도 이전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노인은 30% 정도밖에 안된다. 대부분은 골절부위 통증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얻는다. 수술 후 회복되더라도 장시간의 재활치료가 필요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양시설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준비운동 충분히, 옷은 여러벌 겹쳐 입어야=전문가들은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소한 충격에 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을 평소보다 2~3배로 늘려 몸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운동 전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운동 중 외상 입는 걸 일부 방지할 수 있다.
보온을 통해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꺼운 옷을 한 벌 입기보다는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다. 체온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몸을 피로하게 만들어 운동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근육이 다치는 원인이 되며 천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보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협심증과 심장마비,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편하다고 슬리퍼를 신거나 신발을 구겨 신을 경우 자칫 신발이 벗겨지거나 발끝이 바닥에 걸려가지고 넘어지기 쉽다. 신고 벗기 번거롭더라도 발에 꼭 맞고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운동 후에는 샤워를 해 빨리 땀을 씻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 게 필요하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마셔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뼈 밀도가 낮은 노인은 골절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가벼운 외상 정도로 쉽게 생각해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안에 미끄럼 방지 장치 필수=노인은 화장실에서 넘어지지만 않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다. 집안에서도 넘어지기 쉬운 환경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열기, 전기장판, 핸드폰 충전기 등 전선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번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라면 거실이나 방의 중앙에 두지 않고 벽쪽으로 제품을 둬 걸어다닐때 발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 화장실 같은 곳에는 미끄럼 방지 장치나 손잡이를 설치하면 낙상을 방지할 수 있다. 잠자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 잠 자다 깨 화장실에 갈 때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기 전에 화장실에 미리 다녀오는 습관이 골절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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