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올해 미국 증시 흐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올 들어 4.45%의 수익률을 보이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상승세와 견줄 만한 수치입니다. 올 들어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 주가도 이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 증시 투자 전략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한섭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리서치센터 본부장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엔비디아·구글·아마존·메타·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미국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한 가운데 상대 수익률 측면에서 지난 2년간 주가가 많이 오른 빅테크보다는 나머지 업종들의 올해 주가 상승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본부장은 “M7과 나머지 493개 종목 사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격차는 2023년 40% 수준에서 지난해 30%대로 감소했고 올해 전망치는 약 7%대로 대폭 준 상황”이라며 “M7보다 성장률이 높은 기업들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시가총액으로 보면 1000억 달러 이상 1조 달러 미만 중형 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M7을 비롯한 빅테크 주가도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M7 총수익 지수’는 올 들어 1% 상승에 그치며 S&P500지수의 수익률을 한참 밑돌고 있다.
정 본부장은 빅테크의 실적이 여전히 탄탄한데다 중국 ‘딥시크’ 사태 이후에도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 많이 포착되는 만큼 반등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영향 등은 지켜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본인들이 직접 제조까지 도맡아 하는 테슬라 투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은 올해 미국 증시에서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전력, 에너지 등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산업을 꼽았다.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본부장은 “지난주 미국 하이퍼스케일(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시장 예상치(2700억 달러)보다 높은 3300억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딥시크 이슈로 AI 관련 투자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향후 주가 상승세를 기대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해선 종목별 투자를 권했다. 최근 취임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가 인하 기조를 계속해서 내비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당부다. 정 본부장은 “지금 상황에선 섣부르게 들어가기 보다는 기업 개별 실적을 살펴보며 투자하는 게 좋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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