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관세 부과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투자자들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에 미친 파장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미국 ‘매그니피센트 세븐(M7)’을 비롯한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의 주가 흐름은 여전히 견조하다. 하지만 과거보다 상승세가 꺾인 건 분명하다. 올 1월 24일 이후 이달 18일까지 미국 나스닥 지수는 0.44% 상승에 그치며 정체에 빠졌지만 같은 기간 홍콩항셍 지수는 14.51%, 항셍테크 지수는 21.07% 오르며 호조를 보였다.
종목별로 보면 격차가 더 뚜렷하다. 지난달 24일 이후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M7 주가는 기업 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반면 샤오미, 알리바바, 비야디(BYD), 텐센트 등 중국 대표 테크(기술) 업체들의 주가는 모두 1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카카오, 네이버(NAVER) 등 국내 인터넷 업체들의 주가도 상승했다.
딥시크 등장 후 소위 미국 예외주의와 빅테크에 대한 쏠림이 조금 약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빅테크가 혁신을 독점하고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무(無)’에서 ‘유(有)’을 창조해 내는 혁신에 탁월하다. 하지만 ‘1’에서 ‘100’으로 확대하고 확산시키는 능력은 중국 기업들이 더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 테크 업체들 간 기업 가치와 시가총액 차이는 너무 벌어져 있다. 테슬라의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65배인 것에 비해 BYD PER은 28배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규모에서도 차이가 크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1조 달러가 넘는다. 반면 BYD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10분에 1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 빅테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인식 속에서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관세 위협에도 중국 AI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약간의 안도를 할지 모른다.
중국 정부는 딥시크 성과를 계기로 중장기적인 기술 개발을 통한 해결에 더 초점을 둘 것이다. 2023년 4월과 지난해 11월에 중국 정부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지침과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의 방침은 향후 AI 개발이 향하는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과거 전기차를 개발했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집중적으로 투자한 뒤 선두 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해 세계에 진출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한때 2000여개가 넘었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현재 100여개로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선두 업체 10개 내외로 줄일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딥시크 이후 각국에서 AI 주권과 다음 혁신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관세 등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에 휘둘리던 금융시장 입장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소프트웨어(SW) 업체들 뿐 아니라 자율주행, 로봇 등 AI가 활용될 수 있는 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트럼프 이후 미국 우선주의 시대로 피곤하고 갈 길 바쁜 세상에서 중국 딥시크의 성과는 나름대로 국가와 각 기업들이 가야할 길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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