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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빅테크 다 참전한 55조 시장…韓, 골든타임 놓치면 美中에 종속

◆ 'K휴머노이드 연합' 추진

HW·SW 선도기술에 자본력 필수

테슬라 필두 엔비디아·메타 참전

中은 2000만원대 G1 예판 매진

삼성·현대차 M&A로 추격 모색

AI·구동기술 혁신 등 과제 산적

민관 총력전 펼쳐 기술격차 좁혀야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미 로봇 기업 리얼보틱스가 인간과 대화는 물론 사람의 키와 피부 등 외모까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Aria)’를 전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은 수년 전 일찍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걸림돌이 됐던 기술의 장벽을 뛰어넘었지만 한국은 아직 멀었습니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는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으면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앞당기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이찬 영남대 로봇공학과 교수)

민관 합동의 ‘휴머노이드 로봇 얼라이언스’ 결성이 추진되는 것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상당히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 기술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모두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양산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상용화가 가장 어려운 로봇이라는 얘기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상용화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테슬라는 올해 말까지 자체 개발한 ‘옵티머스’ 1000대를 자사 공장에 투입하고 내년부터는 외부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한 오픈AI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피규어AI는 2029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10만 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피규어AI 로봇이 BMW 공장에서 부품을 옮겨 조립하는 업무에 투입된 상태다. 중국에서는 최근 유니트리가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H1’의 예약 판매를 진행한 결과 바로 매진됐다. G1은 판매가가 9만 9000위안(약 2000만 원)에 불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들어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일제히 주력 신사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천명하며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로봇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전 세계 로봇 회사들이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엔비디아가 로봇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질세라 메타도 휴머노이드 로봇 전담팀을 신설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엔비디아 전시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갈봇(Galbot)이 주문한 콜라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업계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차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물류 분야를 시작으로 헬스케어·서비스 산업 등에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전 세계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4만 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급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2040년 800만 대, 2050년 6300만 대로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황 CEO는 CES 2025에서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 AI”라며 “로봇을 위한 챗GPT의 모멘트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율주행차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회적으로 더 활발하게 쓰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38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

한국은 뒤늦게 미국과 중국 추격에 나섰다. 대기업이 로봇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AI 고도화 △모듈 경량화 △구동 기술 혁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는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체계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로봇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를 추진하며 대학을 비롯해 산업계와 스타트업 등의 협력을 이끌었다. △2011년 NRI 1.0 △2016년 NRI 2.0 △2020년 NRI 3.0 등 체계적인 지원에 힘입어 로봇 기술의 고도화가 이뤄졌다. 중국에서는 공업정보화부가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해 17개 정부 부처와 중국 로봇 기업 및 대학이 참여하는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컨소시엄이 구축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공학자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 기술은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개발돼오다가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단계를 지나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준비해온 만큼 국내도 민관이 힘을 합쳐 서둘러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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