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정체와 인구 고령화가 국내 농가의 당면 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스마트팜·자율작업을 비롯한 첨단 농업 기술 도입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귀촌의 문턱을 낮추는 신형 농막과 컨설팅 시스템 등이 소멸 위기를 맞은 농촌에 젊은 피를 수혈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다양한 스마트 기술이나 서비스가 빠르게 농촌에 흡수될 수 있도록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와 직접 사업을 실시하는 민간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연간 평균 농업소득은 1994년 1032만 5000원에서 2023년 1114만 3000원으로 30년간 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농가 비율은 2020년 42.3%에서 2023년 52.6%로 확대됐다.
농업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일손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초대형 스마트팜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한국형 반밀폐 유리온실을 개발한 벤처 기업 우듬지팜은 충남에 들어설 국내 최대 스마트팜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50만 8200㎡(15만 4000평) 규모에 달하는 이 단지에는 충청도 출자 등 총 사업비 3300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 우듬지팜은 사업 총괄을 맡아 올해 하반기부터 토마토 등 작물을 재배할 예정이다. 온실 및 토양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기상조건에 따라 온도·습도·수분 등을 자동 조절함으로써 재배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우듬지팜 기술의 특징이다.
청년농을 중심으로 대형화·영농화되는 농촌 상황에 맞춰 국내 농기계 업체들도 디지털화·대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 국내 농업경영체 농업법인은 2019년 1만 2980개에서 2023년 1만 7599개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9%을 기록하며 빠르게 영농화 되고 있다. 이에 대동은 농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농업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 트랙터는 물론 정밀농업, 농업 로봇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동은 올해 1분기 중 자율주행 운반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대 300㎏까지 실을 수 있는 자율주행 운반로봇은 작업자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자율 추종을 하다 장애물 감지 시 정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 밖에 스타트업 아그모는 농가에서 사용하던 트랙터·이앙기 등 농기계에 부착해 알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키트 제품을 개발했다.
물론 스마트팜과 자율작업 기술만으로는 고령화된 농촌의 실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농촌으로 유입되는 귀촌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트랜스파머는 농촌 이주를 희망하는 도시 거주민을 대상으로 농사 예상 수익이나 농지 시세 등을 알려주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23년 설립 이후 자문을 받은 고객 수가 누적 약 8만 명에 달한다. 김기현 대표는 “아파트와 달리 농지는 가격을 추정하기 어렵고 사기거래도 많아 시세를 정확하게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다”면서 “다양한 귀촌 관련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 또한 귀농·귀촌인 등이 농작물의 특성·재배·수확·관리·판매방법 등의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대동 커넥트 앱을 제공하고 있다.
농촌체류형쉼터 또한 귀촌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농지법 시행령 시행을 통해 제도화된 농촌체류형쉼터는 기존 농막과 달리 간단한 신고만으로 농지에 취사·취침이 가능한 가설 건축물이다. 스페이스웨이비는 농촌체류형 쉼터에 맞춰 설계된 모듈러 주택 상품 ‘웨이비룸 그로브’를 지난해 말부터 판매 중이다.
정부가 전체 인구 중 농촌 인구 비율을 기존 18.7%에서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높이는 목표를 세운 만큼 다양한 스마트 농업 기술이 단기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제도가 보다 체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스마트 농산업은 중앙정부 주도로 발전해 오면서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구축이 미흡한 데다 지자체의 역할과 책무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지자체가 주도할 수 있는 여건과 역할 부여가 필요하며 스마트팜의 경우 지역특성에 맞는 다변화된 품목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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