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길었던 설 연휴에 올해 1월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일평균 수출 증가율도 아직 양호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할 경우 올해 수출 증가세가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액은 491억 2000만 달러(약 71조 5900억 원)로 전년 대비 10.3% 줄었다. 월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023년 9월(-4.4%)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달 장기 설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설 명절이 2월 9~12일에 있었지만 올해 설 연휴는 1월 하순인 1월 28~30일이었다. 특히 지난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지난달 25일부터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 1월 조업일수는 지난해보다 4일 적은 20일에 불과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2000년 이후 1월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다만 설 연휴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한 24억 6000만 달러로 역대 1월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1월 반도체 수출도 전년 대비 8.1% 늘어난 101억 달러를 달성해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컴퓨터 수출 역시 인공지능(AI) 서버를 중심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세가 계속돼 두 자릿수 성장률인 14.8%를 나타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의 견조한 수요로 9개월 연속 1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했다”고 부연했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크게 줄면서 무역수지도 20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1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6.4% 감소한 510억 달러였는데 무역수지도 18억 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돼 당장 상반기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철강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전개 방향에 따라 올해 수출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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