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빅테크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세계 최고 수준 생성형 AI를 개발한 데 따라 증시를 이끌던 테크주가 폭락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7% 하락한 1만9341.8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6% 내린 6012.28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65% 오른 4만4713.58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상승세를 주도하던 AI 관련주가 폭락했다. 딥시크가 초고성능 AI 가속기 없이도 오픈AI, 구글, 메타와 버금가는 생성형 AI를 만드는 데 성공하자 AI 가속기 대표주 엔비디아는 이날 16.97% 급락했다. 전 거래일까지 1위이던 시가총액은 2조9001억 달러로 하락, 시총 3위가 됐다. 하루만에 시총 6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엔비디아에 이어 AI 가속기 설계 업체로 주목 받아온 브로드컴은 17.4%, AMD는 6.37% 급락했다.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생산 중인 TSMC는 13.33% 내렸고, 역시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목 받아온 마이크론도 11.71% 하락했다. ASML이 5.75%, ARM이 10.19%, 마블이 19.1% 폭락하며 지수에 충격을 더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9.15% 내리며 지난해 9월 3일 7.75% 급락 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AI 가속기 구매를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온 AI 개발사들도 타격을 면치 못했다. 오픈AI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14%, 알파벳(구글)은 4.2% 내렸다. 주요 AI 개발사 중에는 메타만이 1.91% 올랐다. 그간 생성형 AI 시장에서 낙오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은 상대적으로 위험 노출이 적다는 점이 주목 받으며 3.18%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지금까지 시장은 AI에 투자하는 회사와 AI 관련 도구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에 막대한 보상을 줬다"며 "딥시크가 기존 AI 기업 지출에 의구심을 자극하면서 광범위하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크주 투매가 벌어지자 안전 선호 심리에 따라 다우존스를 구성하는 우량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2%대, 존슨앤드존슨과 프록터앤드갬블 같은 필수소비재도 3~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필수소비재는 2.85%, 의료건강 부분은 2.19% 상승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기술 전반, 특히 반도체에 대한 평가가 약간 과도하다고 느낀다"며 "투자자들이 소비재나 부동산 같은 방어 영역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와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2.00% 하락한 배럴당 73.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3월 인도분도 1.81% 내린 77.08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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