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2025’에서 다루는 인공지능(AI)은 예년과는 ‘결’이 다르다. 지난해까지는 생성형 AI 자체가 주목 받아왔다면 올해에는 AI가 물리적 세계와 융합해 인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실제 사례가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한 핵심 주제에서도 드러난다. CTA는 CES 2025 혁신상 카테고리 33개 중 핵심 주제 3개로 AI, 디지털헬스케어, 첨단 모빌리티를 꼽았다. AI를 중심으로 삼고 건강과 이동 등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가장 주목 받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CTA는 공식 행사로 접근성 및 에이지테크 리셉션을 마련했고 미국 은퇴자협회가 진행하는 전시인 에이지테크 이벤트도 CES 2025 도중 진행된다.
혁신상 수상 목록에서도 드러난다. 이날까지 발표된 혁신상 수상작 362개 중 최다 수상 카테고리는 AI(41개)가 아닌 디지털헬스(44개)다. 단순한 AI보다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최고혁신상을 받은 19개 제품·기술 중에서 CTA가 첫 선에 꼽은 회사도 로봇 의족 ‘바이오레그’를 만든 일본 스타트업 바이오닉엠(BionicM)이다. 이 의족은 전기 모터와 AI 센서를 결합,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구현해 보행의 불편함뿐 아니라 기존 의족 사용에 따른 전신 통증을 최소화한다. 대표인 쑨샤오쥔이 자신의 고충점(페인포인트) 해결을 위해 개발했다는 배경도 흥미롭다. 그는 9세에 골육종을 앓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고 이후 도쿄대 박사과정 중 바이오닉엠을 창업했다고 한다.
대학 중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거머쥔 한양대의 이명 디지털치료기 ‘TD스퀘어’도 AI를 활용한 디지털헬스케어의 대표 사례다. 이 제품은 가상현실(VR) 환경 속에서 AI가 생성한 입체 음향과 촉각 피드백으로 이명을 완화한다. 중국 스타트업 하이퍼쉘이 선보인 세계 최초 야외용 강화외골격(엑소스켈레톤) ‘카본X’도 로봇공학 분야에서 최고혁신상을 탔다. 로봇·인체 공학과 AI 모션 엔진을 결합한 최대 800W 출력 모터가 신체 활동을 보조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AI를 실제 산업 현장 융합한 사례가 주목 받았다. 일본 구보타의 ‘KATR’이 대표적이다. 겉모습은 흔한 자율주행 카트와 유사하지만 4개 바퀴를 AI로 제어해 농지·건설 현장 같은 오프로드 환경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며 최대 240㎏에 달하는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니어스랩의 완전 무인화 드론 긴급 출동 기지도 AI와 드론을 융합해 치안 유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을 호평 받아 최고혁신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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