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 하향 전망과 더불어 내년 1.9%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방어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현재의 높은 환율이 경제 심리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변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탄핵 정국과 관련해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럴 때 재정이 긴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그는 이어 “여야정이 빨리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 심리에 좋을 것”이라며 “물가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무조건 재정을 푸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해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30원 이상 오른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물가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환율이 경제 심리,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유지하면 물가 상승률이 0.05%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각에서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것으로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지되며 아주 많은 양을 투입하지 않고도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54억 달러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면 계속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 목표는 당초와 같은 2%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 목표제가 팬데믹 이후 물가 대응에 효과적이었고 향후 1~2년 내에도 물가 안정 기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목표와 관련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면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한은은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면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최근 EU 경쟁력 보고서는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규제 재검토 등 시장 규제 완화를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며 “구조 개혁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상품보다 높아 취약 계층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은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고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친 데 비해 저가 상품의 상승률은 16.4%에 달했다”며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이 발생함에 따라 소득 계층 간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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