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내년 1월부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물가 개선 추세가 멈추면서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상품 물가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겹쳐지면서 시장은 내년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9월(2.4%)과 10월(2.6%)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역시 상승 폭이 확대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수치는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3%로 10월 상승률과 같았다. 월별 물가 상승인 0.3%는 연간으로 환산할 때 3%를 넘는 수준이다. 연준의 목표는 2%다. 6개월 추세로도 인플레이션은 가팔라졌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6개월 연율 근원 CPI 상승률은 10월 2.6%에서 11월 2.9%로 높아졌다.
물가 상승 영역도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확장됐다. 근원 서비스 물가 변동률은 0.3%로 고착된 가운데 그동안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주도하던 상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11월 근원 상품 물가 상승률은 전월 0.0%에서 0.3%로 올라 석 달째 하락세가 멈췄다.
외신들은 상품 물가가 관세로 인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상황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깊고 핵심적인 도전”이라며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상품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연준의 부담도 커졌다. 웰스파고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세라 하우스는 “(물가 안정의) 쉬운 부분은 이미 끝났다”며 “이제 (연준은 금리를 통해) 경제의 수요를 더 약화시켜야 하는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인하, 내년 1월 동결 관측을 굳히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현행(4.5~475%)보다 0.25%포인트 내려갈 확률은 전날 88.9%에서 이날 98.5%로 급상승했다. 11월 CPI가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치에는 부합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1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하루 사이 72.3%에서 78.8%로 올랐다. 내년이 문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3월과 6월 두 차례만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봤다. 연준이 9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네 차례 인하(연말 3.4%)의 절반 수준이다.
물가와 금리 전망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증시는 상승했다. 12월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이날 1.77% 오른 2만 34.89로 마감하며 1971년 지수 출범 이후 처음으로 2만 선을 돌파했다.
국채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기준금리 변동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1개월물 금리는 전날 4.410%에서 4.368%로 떨어졌지만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은 오히려 각각 1bp(bp=0.01%포인트), 5bp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수석전략가인 엘렌 젠트너는 “연준은 12월에 금리를 인하하겠지만 관세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여러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내년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18일 발표될 연준의 점도표에 모아지고 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매크로폴리스퍼스펙티브의 창립자 줄리아 코로나도는 “9월 점도표보다 금리 인하 폭을 줄이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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