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제 통상환경이 급변하면서 어느때보다 통상 분야에서 법률 대응과 인력 충원이 중요해졌지만 정작 산업부 내부 통상 인력은 민간 기업이나 로펌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다 민간에서 산업부로 오는 통상 법률 전문가도 사실상 전무해 법률전문가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직원 12명이 6년간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는 해마다 2명이 민간으로 떠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 FTA 협상총괄과 서기관을 지낸 A 씨는 한화케미칼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또 2021년 국장급인 통상국내정책관 B 씨도 대기업 수석연구위원으로 이직했다. 2022년에는 탈출 러시가 많아 통상교섭본부 정무직 공무원과 FTA교섭관 등이 삼성전자, 고려아연 등 대기업 임원으로 떠났다. 올해 2024년에도 다자통상협력과와 FTA서비스투자과에 재직 중인 고위 공무원 2명이 각각 현대자동차와 중견기업 임원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특히 산업부 내부 통상전문 법률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교섭본부에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은 박종원 통상차관보와 김세진 통상분쟁대응과장 등 3명에 불과하다.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민간에서 산업부로 옮긴 외부 인력은 지난 2015년부터 10년간 단 6명에 불과했고, 현재까지 재직 중인 사람은 1명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신상의 사유로 임기 3년을 채우지 않고 떠나거나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민간 로펌으로 떠난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통상 분쟁과 수입 규제, 주요국 제도 검토 등에 대해 국내외 15개 로펌에 매년 2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쏟고 있다. 정부가 자체 통상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 외부 로펌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아웃소싱을 하는게 훨씬 밖에 돌아가는 사정과 정보를 모으는데 유리하고, 외부와 협업하는 체계는 일본, 미국, EU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반면 한국의 산업부에 해당하는 미국 상무부 제너럴 카운슬에 올해 기준 민간 로펌 출신 변호사 인력만 21명에 달한다.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 관세 부과 예고, IRA 폐지 또는 축소, 반도체 규제 등 미국과의 통상 분쟁에 긴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통상 법무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처럼 민간과 공직을 쉽게 오고 가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등 자체 대응력를 확보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에서 과장급으로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공무원) 처우 문제가 너무 크고, 미국처럼 민간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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