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세계화 역행 시대의 외교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다수의 외교 현안들을 다뤄야 한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이란에서의 전쟁이 지속 중이고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전쟁이나 방위비 압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불확실하다. 급박한 현안들 때문에 뒷전에 밀려 있지만 북한 핵과 인권 문제, 미중 갈등, 한일 관계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문제들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80년의 노력으로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갖게 된 우리나라가 현안 문제들을 다루는 데만 외교력을 기울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하고 국제적 역할을 추구하는 외교 영역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외교’부터 시작해 역대 정부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외교를 추구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이명박 정부의 ‘성숙한 세계 국가’,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등 여러 명칭이 사용됐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국제적 역할이 꾸준히 확대돼온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세계화는 가장 중요한 현상 중의 하나다. 세계화의 혜택과 문제점 모두 인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화는 전 세계 인적·물적 교류의 확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국경을 단위로 주권과 통제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약소국들은 저항을 보여도 별로 눈에 띄지 못하지만 강대국들의 저항은 큰 파장을 일으킨다. 세계화로 무역자유화가 되면 국가들은 산업 경쟁력의 비교 우위에 따라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데 어떤 강대국은 이를 거부하고 교역을 통제하려 한다. 민주주의가 세계로 확산되면 이웃 국가에서 친서방 지도자가 선출돼 외교정책이 바뀔 수도 있는데, 어떤 국가는 그런 변화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과 물자를 통제하려 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지칭해서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외교는 어떤 국가적 철학과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화는 교통과 통신의 혁신적 발달로 지난 200년간 진행돼온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이므로 어느 국가든 일시적으로 저항할 수는 있겠지만 과정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혜택을 많이 받아온 국가다. 세계화의 역행이 우리의 장기적 국익에 맞지 않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화 시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근린궁핍화(beggar thy neighbor·다른 국가의 경제문제를 악화시킴으로써 한 국가가 경제문제 해결을 시도하려는 경제정책)의 악순환이 일어나게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인류 모두가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의 단합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급한 외교 현안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중장기적 외교 목표에도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결국 장기적으로 국가의 장래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고 미래의 한국을 조명하는 외교의 큰 그림을 그릴 때다. 그래야 눈앞의 불길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