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내다 기업 뺏기고…경영권 방어장치는 자사주밖에 없어 [시그널]
증권 국내증시 2025.06.25 18:02:40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정당한 부를 누리고 주주도 혜택을 입도록 상속·증여세를 낮추되 자본이득세와 결합하자는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창업 일가는 현금이 없는 ‘주식 부자’다. 게다가 창업 일가가 1세대에서 3세·4세로 넘어간 만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은 사실상 기업을 뺏길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대주주가 기업가치를 향유하지 못하게 만든 징벌적 상속·증여세를 풀지 않는 한 상법 개정으로 압박하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편다 한들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국내 기업들에는 자사주 매입만이 경영권을 방어할 유일한 수단인 상황이어서 해외에 있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중견기업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가 사망했는데 이 사실을 대외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창업자가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향후 발생할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지분 매각을 통해 증여세 절감을 고민했지만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서 “상속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다소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을 통해 고치려는 대주주의 자사주 편법 활용, 견제 없는 기업 지배구조 등은 대주주가 승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는 “과거 일부 대기업 오너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은 경영권을 승계할 자금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견기업연합회는 상속세와 자본이득세를 결합한 새 대안을 제시했다. 경영권과 직결되는 주식 등 유가증권 상속 자산에 한정해 상속 시점에 상속세율 10~30%를 먼저 부과하고, 이후 처분 시점에 추가로 20%를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준 금액 600억 원 이하는 부동산 등 다른 자산과 합산해서 현행 상속세를 부과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자본이득세를 내면 세수 확보나 형평성 논란 소지가 적다. 600억 원은 가업상속공제 한도에 해당한다. 아울러 업계는 상속세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대기업 기준 10년 분할 납부에서 5년 거치 5년 분할 납부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꺼번에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일부 지분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이 흔들렸던 한미약품그룹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자사주 원칙적 소각의 경우 법으로 강제하지 말고 세제 혜택을 통해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독일은 자사주를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이를 넘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살리는 등 경영권을 강화하는 데 편법으로 쓸 때만 강력 처벌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2011년 경영권 보호 장치인 포이즌필 도입 대신 비상장사까지 자사주 매입을 허용했다. 당시 많은 기업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을 확충했다. 이후 승계 과정에서 창업가이자 1대 주주가 가진 자사주를 회사가 사들여 양도소득세만 부담한 채 현금을 확보하고 2세이자 2대·3대 주주들은 상속·증여세 부담 없이 회사 보유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승계받는 효과를 누렸다. 분명한 편법이지만 50%에 이르는 세율을 부담하려면 2대·3대에 가서는 경영권 지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게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또한 재계는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려면 포이즌필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창업자의 역량이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경우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은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 당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2% 지분으로 58%의 의결권을 갖고 있었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물류 투자를 밀어붙인 쿠팡은 대기업을 제치고 유통 업계 최강자가 됐지만 개정 상법대로면 김 의장의 결정은 총주주 이익 침해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
"3%룰·배임죄 보완 논의"…여당 내서도 상법개정 속도조절론
정치 정치일반 2025.06.25 18:00:06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집중투표제 활성화 △주주총회 시 전자투표 의무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3%로 제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자투표제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유예기간도 없애 대통령 공포 즉시 시행 가능하도록 하면서 정가와 재계에서는 “민주당의 상법이 더 세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25일 경제6단체 상근부회장단이 국회를 찾아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연달아 면담하고 상법 개정을 비롯한 재계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김 대표 대행은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담긴 ‘당론’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대행의 취임 일성도 “상법은 신속히 처리하겠다”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상법 개정의 동력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수에 당력을 집중하는 배경에도 상법 개정안이 자리 잡고 있다. 상법의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법 개정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추진됐다”며 “국회 공론화 과정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의 속도 및 수위 조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상법 개정이 정부·여당의 정책 우선순위에 포함된 것은 맞지만 지금은 민생 회복이 더 시급한 과제인 만큼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집중해야 될 때라는 것이다. 보완책으로 배임죄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이제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사법 리스크’ 부담을 벗은 상황에서 배임죄 완화를 언급하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민주당이 상법을 개정하려는 이유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국내 주식시장의 가치를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본질을 되새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초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려던 취지를 되살려 ‘주주 충실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비상장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
"주주보호 전담조직 신설 등 경영 패러다임 전환 불가피"
사회 사회일반 2025.06.25 17:46:55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기업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주 사이 이익 여부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민형사상 소송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정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상법 개정인가’ 세미나에서 “상법이 개정된다면 기업은 지배·일반 주주 사이 이해 상충이 없는지 등까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그만큼 기업이 경영에 있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경영 리스크 증가에 대비한 기업의 적정 방안’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상법이 개정될 경우 합병은 물론 인적·물적 분할과 신주 발행까지 주주 이익 배분이 얼마나 공평한지 기업 리스크 조직이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 이익이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지배·일반 주주의 이익이 함께 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반면 지배·일반 주주의 이익이 줄거나 지배 주주만 증가한다면 사법 리스크 탓에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배 주주의 이익이 일반 주주보다 상대적으로 클 경우에는 소송 등 제기 여부가 다소 불투명하다”며 “지배 주주의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의 이익이 증가할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는 상법 개정과 관련한 뚜렷한 가이드 라인 등이 제기되지 않은 상황이라 지배·일반 주주 사이 이익 불균형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 증가 등 사례가 소송으로 이어질지는 명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따라 △전담 조직 구성 △내부통제 기준 마련 △소통 강화 등 기업이 상법 개정에 대비한 내부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사 충실 업무를 전담하거나 이를 지원할 조직을 신설했다면 다음은 주주 이익 공평 대우 부분을 평가할 기준과 절차 등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주 이익 보호와 공평 대우 평가를 이사회 의결 사항에 의무화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주 소통 창구도 마련해야 한다”며 KB금융의 사례를 제시했다. KB금융은 4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개인 투자자 질문을 취합하고 설명회에서 구체적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합병 등 사업 추진 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사안도 상법이 개정된 후에는 공평 대우 판단 등에서 180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며 “주주 이익에 대한 프로세스 확립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근거 자료로서 충분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회사 장기 전략-주주 단기 이익, 합병·분할 등 곳곳서 충돌"
사회 사회일반 2025.06.25 17:45:38“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사기관이 배임죄를 요술 방망이처럼 휘두를까 걱정됩니다.” 12일 서울경제신문과 법무법인 광장이 공동 개최한 ‘누구를 위한 상법 개정인가’ 세미나에는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해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상법이 시행되고 있는 사례가 없고 이사의 형사 처벌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인들을 짓누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합병·분할은 물론 신주 발행까지 주주 이해 충돌 부분을 고려해 한다. 특히 기업 경영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주주들이 이익 침해로 판단하면 이사들은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기업인은 “최근 2~3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은 데다 기업공개(IPO)도 진행하지 못했는데 이를 주주들이 민형사 소송 등으로 문제 삼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상법 개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합병이나 신주 발행, 분할 상장과 같은 핵심 경영 행위에서 ‘회사의 장기 전략’과 ‘일반 주주의 단기 이익’이 충돌할 여지가 곳곳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합병이 개별 주주의 이익 침해로 간주되거나 낮은 발행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특정인에게 몰아주는 경우 구(舊)주주들이 이익 침해로 판단,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법리로 본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경영에 미칠 영향은’에 대해 주제 발표에 나선 박경균·원혜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상법 개정이 합병, 인적·물적 분할, 신주 발행 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등에 규제 조항이 존재하거나 이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업이 겪을 어려움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행 초기 다소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원 변호사는 “주주 배정으로 신주를 발행할 때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자본시장법에서는 (실권주 발행을) 철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대주주에게 신주를 저가 발행하는 부분도 대법원 판례에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회사 합병 때 (합병) 비율에 따른 불공정 논란이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이 부분 역시 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규제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대신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최대주주에 대한 저가 발행이 여전히 가능한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도 “인적 분할로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데 대한 비판이 많았다”면서도 “최근 규제 강화로 이 부분도 대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존 판례와 규제에도) 상법이 개정될 경우 주주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며 “그만큼 금융 당국이 상법 개정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적대적 M&A 나오면 코스피 5000"…행동주의 펀드의 노림수
산업 기업 2025.06.25 17:42:56자본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중복 상장 등 자본시장 내 불합리한 관행을 막고 기업의 투명성과 내부통제를 높여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대주주의 힘을 무력화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되고 기업의 빠른 의사 결정을 막아 거꾸로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여당 주도로 이뤄지는 상법 개정이라는 큰 흐름을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재계는 독소 조항을 없애고 동시에 기업의 기를 살릴 수 있는 보완 입법을 함께 추진하는 ‘패키지 딜’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25일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의 밸류업(가치 상승)을 위한 상법 개정안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 주주에 대한 법적 보호 기반을 마련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기업 역시 주주(투자자)의 이익에 충실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간 한국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불투명한 의사 결정과 대주주 이익 중심의 경영 역시 상법 개정으로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복 상장으로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보는 상황 역시 개정된 상법이 보호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 같은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 상법 개정 대열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재계와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이 본래 취지대로 기업가치 상승으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단기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경영권 침탈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의 제도가 강제로 도입된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도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의 의무 사안이다. 정관을 통해 배제할 수 있지만 상법 개정안은 이를 금지한다. 법이 통과되면 주요 주주가 의결권을 분산해 특정 이사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실제로 헤지펀드 칼 아이칸이 2006년 KT&G의 이사회에 진출해 회계장부 제출 등을 요구하며 주식 매각과 배당금 등으로 15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보기도 했다.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로 제한하면서 분리 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위원 전원으로 확대하는 안은 국가 핵심 기술을 유출할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주주로 들어온 투기 자본들이 감사위원이 되면 회사의 조사와 감사권, 주총 소집 청구권은 물론 각종 소송을 제기할 권한까지 얻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자본들이 회사의 주요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이사회는 물론 감사권까지 차지하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무차별 소송을 통해 경영진을 재판대에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집중 투표제, 3%룰을 합치면 파괴력이 상당하다”며 “취약한 한국 시장을 겨냥해 헤지펀드들이 100조 원 실탄을 마련, 대기업 사냥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적대적 M&A 사례가 한번 나오면 증시 과열로 코스피 지수 5000도 찍을 수 있다는 게 행동주의 펀드의 노림수”라고 덧붙였다. 결국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 밸류업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투자 이익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특정 기업 주가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간섭으로 부침을 겪다 대규모 자본이 빠져나간 뒤에는 고스란히 그 피해를 소액주주가 떠안을 수 있다. 소액주주를 위한 상법 개정이 오히려 독이 되는 셈이다. 재계는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규정한 상법 제382조의 3에 회사와 더불어 ‘주주의 이익’을 추가하는 개정안은 금융자본이 주주로 들어와 무차별 소송을 할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법 개정안이 이 조항을 살려서 국회에서 통과되면 세계 산업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한국식 속도 경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수출 1위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가 1983년 최초로 진출을 선언했지만 1987년 첫 흑자를 내기까지 당시 1400억 원 이상 누적 적자를 봤다.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도 LG화학이 2000년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어 관련 산업이 개화하는 데 15년 이상이 걸렸다. 이 같은 투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이익을 얻었지만 단기 차익을 노리는 주주 입장에서는 손실만 본 사업이 된다. 상법 개정안대로라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사례가 돼 손실을 본 주주들이 이사들을 향해 손해배상과 배임죄 등의 고발에 나설 수 있다. 재계는 정부와 거대 여당이 주도하고 자본시장의 지지를 받는 상법 개정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막고 동시에 재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보완 입법이 동시에 이뤄지는 ‘패키지 딜’을 기대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들의 의사 결정 부담을 덜기 위해 형법 상 일반 배임죄에 안전장치를 담아야 한다”며 “상속·증여세 개편 등 기업의 기를 살릴 방안이 상법 개정과 함께 이뤄진다면 경제계 역시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