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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최대주주로…2조 투입해 공개매수 나선다 [시그널]

영풍과 주주간 계약으로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

영풍 및 장형진 고문 보유 지분 콜옵션도 부여

MBK, 14.61% 공개매수로 52% 확보 목표

종가 보다 18.7% 높은 공개매수가 66만원

장형진 고문 "75년 공동경영 여기서 마무리"

든든한 자본력 갖춘 최대 PEF 구원 등판

34% 소유 최윤범측 경영권 상실 위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 제공=MBK파트너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영풍(장 씨 일가)과 함께 고려아연(010130)의 최대주주가 된다. 양측은 14.61% 지분 추가 확보로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 약 2조 원을 투입해 공개매수에 나선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장 씨 일가와 최 씨 가문의 75년 공동경영이 마무리되는 것을 넘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기로 나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돼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부여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 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나아가 MBK파트너스는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22일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돌입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66만 원으로 이날 종가인 55만 6000원보다 18.7% 높은 수준이다.

현재 영풍과 특수관계인은 고려아연 685만 9254주(33.13%)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보유하려는 목표 주식 수는 최소 보통주 144만 5036주(7.0%)에서 최대 302만 4881주(14.61%)로, 성공할 경우 영풍은 686만 9254주, MBK파트너스는 301만 4881주를 갖게 된다. 계획대로 최대 14.61%를 확보하려면 1조 9964억 원을 투입해야 하고 지분율은 47.74%(의결권 기준 52%)로 높아져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다.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약 34%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함으로써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 매수 예정 수량 미만일 경우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고 최소~최대 시 전량을 매수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2일간 영풍정밀 주식 최대 684만801주를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한다. 12일 종가는 9370원으로 총 1368억원 규모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현재 89만8830주(5.71%)를 갖고 있으며 공개매수 성공시 양측은 49.14%로 지분율이 높아진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주주 간 계약은 그동안의 장 씨, 최 씨 간 동업자 관계가 정리되고 영풍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에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하게 되며 영풍 및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실질적 지배주주의 역할을 넘겨받게 된다”며 “모든 주주를 위해 지배주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75년 동업을 뒤로한 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영풍그룹은 황해도 사리원 태생의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으며 그동안 장 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 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2년 최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 체제가 된 뒤 계열 분리 가능성이 본격화됐다.

특히 고려아연 측은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주주 환원 확대를 내세우지만 영풍의 지배력을 낮추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4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1000억 원, 올 5월 1500억 원에 이어 자사주 매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보유한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LG·한화 등 국내 기업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의 ‘배당 증액 요구’는 고려아연이, 고려아연 측의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는 영풍이 승리해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 고려아연과 영풍이 만든 비철금속 제품을 유통하는 핵심 계열사인 서린상사 경영권을 놓고 벌인 2라운드에서는 고려아연이 이겼다. 아울러 공동구매·영업 중단,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산 처리 중단 소송 등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영풍과 선 긋기에 나선 고려아연과 계열사들은 최근 40년 넘게 입주했던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했다.

한편 최 씨 일가의 경우 자금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지분 취득에 쓸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지 않고 백기사들의 추가 지분 매입 여력 역시 불투명하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 75년간 2세까지 이어져온 두 가문 간 공동경영의 시대가 이제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3세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그들이 공동경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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