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남양주시의 한 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사들이 ‘부당이득금’ 소송에 잇따라 패하며 수백억 원을 토해낼 상황에 처했다.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가산비를 적용해 더 높은 분양가를 산정했다가 수분양자에게 초과분을 돌려주게 된 것이다. 주요 법무법인들은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로 이 같은 소송을 확대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는 이달 17일 남양주 다산신도시 내 A아파트 시행사인 신안관광개발·하나자산신탁과 수분양자(원고) 사이 진행된 ‘분양가상한제 위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무량판구조가 아닌 벽식구조로 설계·시공돼 가산비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분양가상한제 심사 자료에 구조 형식을 무량판구조라고 기재해 제출해 분양가심사위원회도 이를 토대로 가산비를 인정했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 가격 산정 기준에 따른 정당한 금액을 초과하는 분양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초과 분양 가격분의 범위에서 일부 무효”라고 했다.
옛 주택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지상층 구조 형식이 철근콘크리트라멘구조(무량판구조 포함)일 때 지상층 건축비 5%,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일 때 10%, 철골구조일 때 16%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조 형식 가산비로 인정하도록 했다. A아파트는 벽식구조로 구조 형식 가산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신안관광개발과 수분양자 간 소송은 지난해 8월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수분양자가 승소해 세대당 약 960만 원씩 1028명에게 100억 원가량을 돌려줬다. 당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수분양자들이 다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에는 지난해와 달리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받는 등 수분양자의 권리가 더 넓게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관광개발 측은 항소를 포기하고 부당이득금을 돌려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법원은 2020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당시 일부 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부당하게 가산비를 적용, 분양가를 높여 잡고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다산신도시에서만 4개 단지(4102세대)가 이 같은 소송을 시작했고 2개 단지가 승소했다. 나머지 2개 단지에서도 올해 말께 소송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근처 B아파트 단지(1261세대)는 2심까지 승소했지만 해당 건설사에서 불복해 현재 대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월 감사원은 이들 아파트 내 분양가상한제 운영 실태를 감사하고 7개 단지에서 구조 형식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형식 변경을 이유로 584억 원의 가산비를 입주자에게 부담시킨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이 지적했지만 건설사들이 부당이득을 돌려주지 않자 법무법인 동인 등 대형 로펌들이 수분양자들과 손잡고 소송을 시작했다.
과거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 가산비를 ‘꼼수’로 적용해 분양가를 더 높여 잡은 폐해가 속속 나오면서 소송전은 수도권 주요 신도시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법인 동인은 최근 승소를 바탕으로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도 분양가상한제 위반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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