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규정에 따라 재판이 중계되면서, 각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재판 성향 또한 국민 앞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25부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심리 중인 김건희 여사의 형사합의27부가 많은 관심을 받지만, 최근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곳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을 맡은 중앙앙지법 형사합의33부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재판장으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며 증인에게 직접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법정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계를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서 ‘돌직구 판사’ ‘사이다 판사’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다.
이 부장판사의 재판 지휘는 중계화면 속 장면에서 확인된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무위원도 비상계엄의 피해자”라고 증언하자, 그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장관이면 국정운영의 최고위 공직자다. 법적 책임을 떠나 그 발언이 적절하냐”고 직설적으로 질책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에도 “거부는 본인의 권리지만, 경제부총리와 원내대표까지 지내셨다. 더 당당한 입장을 말씀하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중계 카메라 앞에서 재판장이 사건의 핵심을 직접 끌어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공개된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법관 유형 차원에서도 설명될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에는 크게 ‘관찰자형’과 ‘참여형’ 법관이 존재한다. 관찰자형은 피고인·검찰·변호인 간 공방을 멀리서 지켜보며, 최종적으로 축적된 기록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반면 참여형은 초기부터 핵심 증인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파악하려 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판단 과정을 주도한다.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에서는 핵심 증인으로 사건 구조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1심 6개월 이내 종결이라는 특검법 규정으로 시간 압박을 받는 공판을 이 부장판사가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장판사는 증인 불출석·선서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자 과태료 500만 원을 각각 부과하고, 구인영장 집행 의사까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처음 본다”며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했다. 그는 재판에서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과태료 규정을 최대한도까지 부과하고 있다”며 “불출석은 500만 원, 선서 거부는 50만 원이 최대이며 가중 규정이 없어 최대 금액만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가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구하며 법정에서 항의하자, 별도의 감치재판 끝에 감치 15일을 명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에게 감치 15일 명령이 내려지는 일은 흔치 않다”며 “이 부장판사는 본인이 세운 기준에 맞춰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유형”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 측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계를 통해 공개되는 장면만 놓고 보면, 재판장이 주도권을 강하게 쥔 상황에서 피고인 측이 대등하게 공방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재판장이 너무 강하게 몰아붙일 경우, 중계가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방어권 위축 논란도 함께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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