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자기 상품(PB 상품)과 중개 상품 거래 중개를 모두 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1위 사업자다. 그런 쿠팡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 아닌 자신의 PB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인위적으로 고정했다. 쿠팡이 중개 상품보다는 PB 상품에 대한 우대를 한 정황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해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자기 상품 6만 4250개를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상위 검색 순위를 결정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검색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이런 행위로 검색 순위 100위 밖 상품들이 1~2위 등에 노출됐다. 심지어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된 상품 중에 판매가 부진하거나 납품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상품도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쿠팡은 상품 검색 순위인 쿠팡랭킹에서 기본적으로 판매량, 구매 후기 수 등을 반영해 검색 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로 상품 검색 순위를 제공하지 않고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쿠팡의 상품이 입점 업체 상품보다 더 우수한 상품으로 오인했다고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검색 순위 조작의 효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자사 PB 상품의 고객당 노출 수는 43.28% 증가했고 그 결과 총매출액은 76.07% 급증했다. 결국 쿠팡의 검색 순위 조작으로 쿠팡 자기 상품과 중개 상품 모두 평균 판매 가격이 동반 상승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랭킹이 조작되니 일반 입점 업체는 가격을 내려도 상위에 노출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어진다.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최소 PB 상품 7342개에 구매 후기 7만 2614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이 같은 행위가 쿠팡의 운영위원회에서 전사적 목표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쿠팡조차도 PB 상품이 인위적으로 상단 랭킹에 유지돼 고객들에게 불편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 쿠팡이 2021년 5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쿠팡의 검색 결과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 한 가지로 지적됐다. 또 쿠팡 내부 자료에서도 특정 검색어의 상단 검색 결과 대부분 PB 상품들이 노출돼 검색 결과의 다양성이 저해된다고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최신형이 아닌 구형 애플 상품이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돼 소비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선택권을 보장하고 가격과 품질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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