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악재만 쌓이고 있다. 총선 결과가 야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나면서 밸류업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국과 국내 모두 물가가 예상보다 강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져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이란·이스라엘 간 확전 가능성에 유가 급등, 공급망 불안 우려까지 더해졌다. 우리 기업의 채산성 및 수출 경쟁력 하락 가능성 등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조짐이 나타나면서 전문가들은 한결 보수적 입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인공지능(AI), 정유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위주로 투자를 압축하라는 조언이 많다.
시장은 이미 상승 동력이 소진되는 듯한 양상이다. 코스피는 이달 12일 2681.82로 전주보다 32.39포인트(1.19%) 내리며 3주 연속, 코스닥지수는 860.47로 한 주간 11.82포인트(1.35%) 하락해 2주 연속 빠졌다.
특히 이란·이스라엘 간 전면적인 확전 가능성에 증시 투심이 싸늘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치를 2640~2760으로 제시했다. 지지부진한 장세를 점친 것으로, 중동 전쟁 진행 양상에 따라 하방이 크게 뚫릴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물가와 금리·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대외 변수에 취약한 경제를 감안하면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 등 특정 업종 및 종목으로 수급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증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모멘텀이 다소 약화할 것”이라며 “다만 소액주주 보호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등 항목은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고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증시 하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봤다. 여야의 정책 교집합 등을 고려할 때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로 미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어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코스피 2600 선 밑에서는 비중 확대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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