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 도입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회계 업계에서도 정보기술(IT)을 전공한 공인회계사(CPA)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IT 지식을 갖춘 인재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선호도가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국내 주요 회계법인은 최근 내부적으로 IT 관련 학과 졸업 여부를 신입·경력 공인회계사 채용 조건의 최우선 순위로 올렸다. 기업의 AI 활용도는 급속도로 높아지는 데 반해 이를 들여다볼 능력을 갖춘 공인회계사는 극히 적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T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회계사는 앞으로 점점 더 감사·컨설팅 업무를 맡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의 관계자는 “AI, 빅데이터 등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빨라 IT를 이해하지 못하면 감사와 컨설팅 일감을 따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됐다”며 “요즘 회계법인의 회계사 채용 ‘0순위’는 IT를 비롯한 이공계 전공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회계사 합격생 1100명 가운데 상경계 출신은 여전히 71.6%에 달했다. 나머지 28.4%의 비상경계 출신 회계사 합격생들도 대다수가 사회과학·인문 관련 학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에 내년부터 CPA 시험에 IT 과목 비중을 대폭 높이는 제도 개편안을 지난해 10월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개편안에는 사전 인수 과목에 3학점짜리 IT 관련 과목을 신설하고 CPA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의 IT 분야 출제 비중을 기존 5%에서 15%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공계 출신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1월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라는 자격 시험도 도입했다.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과 관련 소프트웨어의 실무 활용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이다. 시험은 지금까지 세 차례 시행했다.
정문기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단순 경영대 졸업자보다 IT를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할 줄 아는 회계사를 훨씬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CPA 시험에서 IT 비중이 커지는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벌써부터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 합격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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