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우주의 극한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진공관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진공관 트랜지스터는 20세기에 쓰이다가 현재 반도체 트랜지스터로 대체됐지만, 우주시대에 맞춰 외부 환경에 민감한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장재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허수진 박사 연구팀이 초소형 나노 진공관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삼성전자 산학 과제로 이뤄진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나노’에 최근 게재됐다.
트랜지스터는 전자기기 속 전자회로를 제어해 다양한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내는 회로 소자(素子)다. 진공관 트랜지스터는 20세기 에니악을 포함한 초창기 컴퓨터와 라디오, TV에 주로 쓰였지만, 현재는 전력 소모와 부피가 작은 반도체 트랜지스터로 대부분 대체됐다. 하지만 반도체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우주선처럼 극한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전자기기에는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학계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은 다시 진공관에서 대안을 찾았다. 전자가 움직이는 환경이 반도체 물질이 아닌 진공이기 때문에 외부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어서다. 연구팀은 현대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결합해 크기를 1nm(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줄인 새로운 진공관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진공을 유지하는 진공 보호막도 소형화, 그 부피를 100경(京)분의 1L까지 줄였다. 1경은 10의 16제곱으로 1억의 1억 배와 같은 수다.
연구팀은 이 트랜지스터가 영하 173°C부터 영상 120°C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 작동하고 X선, 자외선 등의 외부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존 반도체 공정과의 호환성이 커 산업현장에 적용하기도 비교적 쉬울 것으로 기대했다.
장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도 반도체 대체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항공우주 분야와 광범위한 차세대 전자 소자에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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