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잠재 부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요주의여신 비중이 30%까지 확대됐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 규제 강화와 저축은행 PF 대출 자율 협약 등 연체율 관리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저축은행 업계 자산 규모 1조 원 이상 32개사의 경영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PF대출·부동산업·건설업 등 부동산 관련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29조 5853억 원에서 2분기 28조 4673억 원으로 3.7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요주의여신 규모는 같은 기간 7조 4766억 원에서 8조 9316억 원으로 급증했고 전체 부동산 PF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26%에서 30.18%까지 확대됐다. 연체 기간 3개월 미만의 대출금인 요주의여신이 늘었다는 것은 잠재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의 부실채권인 NPL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1조 2250억 원에서 2분기 1조 3462억 원으로 9.89%가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에서 4.73%로 확대됐다.
자산 규모 상위 10개사의 NPL 규모·비율은 KB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늘었다. 부실채권인 NPL 비율이 가장 높아진 곳은 페퍼저축은행으로 1분기 2.14%(155억 원) 수준이던 NPL 비율이 이번 분기 5.57%(970억 원)까지 뛰었다. 이 외에도 같은 기간 OK저축은행(4.86%→6.72%), 웰컴저축은행(4.38%→5.57%), 상상인저축은행(10.24%→11.26%) 등의 NPL 비율이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들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한 9개사는 1분기 대비 일제히 부동산 PF 등 대출 규모를 줄였지만 부실 위험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편 자산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 증가세는 올해 1분기 1조 4637억 원(4.95%)에서 이번 분기 1조 3928억 원(4.89%)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는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정상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자금 지원 등 실효성을 보완한 저축은행 PF 대출 자율 협약 개정안이 올 3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자산 1~5위인 대형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모두 증가하는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한 분기 새 페퍼저축은행(2.08%→4.89%), 웰컴저축은행(3.96%→4.56%), SBI저축은행(1.54%→1.99%) 등의 연체율이 늘었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은 저축은행 업계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고금리 등 높아진 자금 조달 비용과 더불어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등 대손 비용이 늘며 대형 저축은행들의 2분기 실적 부진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자산 규모 5위인 페퍼저축은행이 올 2분기 17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자산 규모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도 2분기 10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의 경우 규모에 비해 부동산 PF 대출을 많이 취급해왔고 조달 비용이나 고객 신용도 등 위험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만큼 여러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금융 당국에서도 위기가 확산되지 않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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