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088350)이 3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완판에 성공했다. 최근 2달 동안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수요예측을 진행한 보험사가 6곳에 달하며 보험사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10년 만기의 5년 조기상환권(콜옵션) 조건으로 3000억 원 후순위채(신용등급 ‘AA’급)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333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조달 희망 금리 범위는 연 5.5~6%를 제시해 6%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한화생명은 추가 청약 등을 통해 최대 5000억 원 내에서 증액해 발행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고 회사채 발행은 다음 달 2일이다.
보험사가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 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규정된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RBC비율이란 보험사의 가용자본(자산)을 요구자본(보험부채)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보여준다. 이때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는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기 때문에 발행시 RBC 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화생명도 이번 발행(3000억 원 발행 가정)을 통해 RCB비율을 올 1분기 말 181.2%에서 183.7%로 높이게 된다. K-ICS 권고 수준은 150%다.
주목할만한 점은 보험사들이 최근 RBC 비율 제고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대신 후순위채 발행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신한라이프는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5020억 원의 자금이 몰리며 최종 3000억 원(금리 5.2%) 으로 증액해 발행했다. 이어 푸본현대생명이 980억 원(금리 7.28%), KDB생명이 900억 원(금리 4.76%) 발행에 성공했다. 롯데손해보험(000400)도 21일 400억 원어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6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반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5월 교보생명과 KDB생명 이후 자취를 감췄다.
후순위채의 인기가 높아진 건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조달 금리가 낮으면서도 같은 만기의 국고채나 회사채보다는 높은 금리를 제시해 투자 수요가 넉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보험금지급능력 대비 1노치 하향 조정된 신용등급을 부여받는데 신종자본증권은 2노치 하향된 등급을 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도 발생 가능성이 낮은 보험사 회사채가 5~7% 수준의 발행 금리를 보인다는 면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공격적인 긴축이 마무리되고 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화 시도가 예상되는 만큼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보험사 후순위채권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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