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 독서와 휴식을 하는 ‘조용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국내 증시 호조에 따른 거래 대금 증가로 올해 2분기도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하반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경영 전략을 재정비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CEO 대부분은 국내외에서 일주일 안팎의 짧은 휴가를 보냈거나 보낼 계획이다. 일부 CEO는 아예 여름휴가를 가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국내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데이터와 소통, 경제·경영 관련 분야 책을 휴가철에 본인이 직접 읽거나 임직원에게 추천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설득의 언어’를 추천 도서로 꼽았다. 이 책은 효과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다룬다. 김 부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인 ‘글로벌 AMP’를 통해 미국 스탠퍼드대 최고위 교육 과정에 참여해 협상학과 조직행위론 내용을 공부한 뒤 관련 분야에 눈길이 많이 가는 편”이라며 “증권사도 투자 회사이다 보니 협상이나 투자 의사 결정이 중요한데, 협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K뷰티 열풍으로 유망 업종으로 거론되는 화장품 산업 관련 책인 ‘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를 점찍었다. 화장품 업종 유명 애널리스트인 메리츠증권 박종대 애널리스트가 저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 사장은 “추천받아 읽기 시작한 책으로 K뷰티 산업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면서 “한국 화장품 산업이 K팝 등과 함께 앞으로 더 유망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추천했다. 박 사장은 최근 가족들과 다녀온 휴가에서도 이 책을 직접 챙겨갔다. 그는 “딱딱한 주제 대신 휴가를 보내며 마음을 비우고 힐링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식(THICK) 데이터’를 휴가 중 읽어볼 만한 책으로 소개했다. 식데이터는 ‘두꺼운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 책은 데이터 수치를 단순 분석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맥락이나 의미(식데이터)가 갖는 중요성을 설명해준다. 증권사에서도 각종 데이터가 활용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윤 사장은 내부 직원들에게도 관련 책을 선물하거나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이 주목한 책은 ‘경영이라는 세계’다. 일반적인 경영 도서와 달리 저자가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경험한 ‘경영’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고 했다. 그는 “벤처기업이 갖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에피소드 내용이 담겨 있어 휴가 중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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