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패션과 뷰티 직구(해외 직접구매)에서 K뷰티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을 포함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10 여 개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작은 성공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해 회사 설립 10년 만에 50명의 국내 직원과 해외법인 소속 10명 등 60여명을 이끌며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화장품 업계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브이티피엘(VTPL) 천정욱(사진) 대표는 18일 서울경제와 만나 “아이 메이크업을 넘어 스킨케어와 홈케어 의료기기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강소 뷰티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브이티피엘의 뷰티 브랜드는 ‘씨스터앤’로 아이펜슬을 비롯한 각종 메이크업 상품을 판매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이펜슬만 400만개 이상 판매했다. 일본을 선두로 동남아시아 등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더 잘 팔린다. 천 대표는 “최근 4년간 누적 매출 550억 원이 넘는다”면서 “해외 고객들이 한 번에 2~3개씩 구매하는 아이펜슬 시리즈의 인기가 회사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했다.
브이티피엘의 주력제품인 아이펜슬 ‘더블이펙트 워터프루프’는 씨스터앤 브랜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질 정도다. 그는 “요즘 트렌드인 ‘꾸민 듯 안 꾸민 듯’ 콘셉트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 한몫 했다”며 “이 제품은 발림성이 부드러워서 누구나 쉽게 눈매 연출이 가능한 게 장점인데 특히 일본 여성 고객 사이에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 수출이 크게 늘면서 상복도 늘었다. 2020년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0만불 수출의 탑’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창업한 지 10년 동안 천 대표는 성공의 단맛만 본 것은 아니다. 그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변곡점에서는 깊은 고민과 결정으로 앞만 보고 내달렸다고 회상했다. 2012년 화장품 병행 수입으로 창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파리 여행 중에 프랑스 립밥을 사려고 줄을 길게 선 한국 여행객이 많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 시작했다. 병행 수입이 활성화되지 않아 시장 선점이 가능한 틈새 시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직장을 다니며 투잡으로 시작했지만 물량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운도 따랐다. 당시 11번가와 티몬, 위메프 등이 파트너 제의를 해와 수입량이 늘면서 회사도 덩달아 커졌다. 오픈 채널로 확장하면 회사는 성장했지만 이들의 정책 변화에 좌지우지 되는 경영 상황이 리스크로 작용해 고민 끝에 자사몰을 런칭을 선택했다. 천 대표는 “시작은 어려웠지만 자사몰로 사업의 축을 옮기면서 자생력을 키웠고 덕분에 안정적인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한번의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2014년 프랑스 패션 직구 플랫폼 ‘아이유로’, 2016년 유럽 패션 직구 플랫폼 ‘나우인파리’를 오픈했다. 그는 “병행 수입 시장이 레드오션화하기 시작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패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유통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제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국내 화장품 시장이 해외 명품을 빼고는 K뷰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판단한 것.
30~40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고품질 메이크업 시장을 정조준하기로 했다. 특히 아이 메이크업 제품은 어떤 색상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도록 색을 조합하고, 립 제품은 누구에게나 어울릴 수 있도록 색상 균형에 공을 들였다. 이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씨스터앤 더블 이펙트 워터프루트’ 아이펜슬이다. 출시 2년 만에 누적 200만 개 넘게 팔리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처음부터 잘 팔린 것 아니다. 신규 브랜드라 마케팅에 애를 먹었다. 디지털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퍼포먼스 마케팅 등 난생처음 각종 마케팅을 공부하며 직접 현장을 뛰어다녔다. 결국 1년 여 만에 매출이 상승 곡선을 타며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게 됐다.
브이티피엘은 올 1분기부터 스킨케어와 홈케어 의료기기 시장 도전을 준비 중이다. 천 대표는 사업 확장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며 “창업을 하면 스타트업이라고 봐주거나 양보하지 않고 30, 40년 이상된 업력의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게 비즈니스 세계”라며 “고객의 마음을 파고 드는 작은 성공을 이루고 그 마음이 오래 남아 있도록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서비스한다면 더 큰 성공이 따라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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