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인력 부족인력이 10년 내에 약 60배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산업 관련 학과 증설, 국가전략산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과학기술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발간한 ‘기술패권 경쟁과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인력의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점점 확대돼 중장기 인력수급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향후 10년 간 국내 이공계 인력의 신규 유입은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인원은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2028년에는 4만 7000명으로 약 6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구개발(R&D) 인력은 인력 수 기준 세계 5위, 연평균 증가율 기준 세계 2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주요 경쟁국인 중국에 연구인력, 연평균 증가율에서 모두 밀려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20년 기준 주요 국가의 R&D 인력 수는 중국이 약 228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59만 명(2019년), 일본 69만 명, 독일 45만 명, 한국 45만 명 등이다. 2015~2020년 연평균 증가율(CAGR)은 중국 7.1%, 한국 4.6%, 미국 3.7%(2015~2019년), 독일 3.1% 등 순이다.
세계 각국은 미래 신산업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 개발·영입·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또한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과학기술인력의 질적·양적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산업별 대표 기업들이 대학과 협력하면서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피해 계약학과를 만들었지만 여기서 배출되는 인력이 해마다 수십 명 수준이어서 필요 인력을 충당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 대학의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 정원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기술 인력, 연구개발, 시설 등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기업 R&D 지원액 규모는 18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미국(221억 달러), 일본(42억 8000만 달러) 등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반도체 등 장치 산업을 위한 시설투자 공제율도 미국 등 주요국 수준으로 추가 상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대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규모에 따른 차등적인 R&D 지원제도를 운용하지 않는 만큼 한국도 지원 차등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기업규모별 차등이 존재하는 국가를 보면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 차등 수준은 일본이 1.2배, 영국이 2.3배, 캐나다 2.4배, 네덜란드 2.6배 수준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수 배 높은 13.0배의 높은 차등을 두고 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도권정비법 완화 등 과학기술인력 양성에 필요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