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에서 반독점 심사 승인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경쟁력은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독점 심사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국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합병(M&A)을 최종 승인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주요 국가의 반독점 심사를 받았다.
반독점 심사는 한국과 중국 등 2개국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올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M&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최대 관문인 경쟁국의 심사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인수 작업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이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반도체 산업 ‘굴기’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쉽게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 반독점 당국은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1% 미만인 데다 합작회사가 중국 내에 위치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절차를 대폭 줄인 ‘약식 심사’로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주력이 구공정인 8인치 파운드리인 데다 합병 후 점유율도 낮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굴기 속에 SMIC·화훙그룹 등 중국 주요 파운드리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 합산이 10%를 넘기는 등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각각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데다 두 회사가 합병해도 점유율이 1%대 수준으로 예상돼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 게다가 키파운드리의 주력 사업이 첨단 기술이 집약된 12인치(300㎜)가 아닌 8인치(200㎜)라는 점에서도 독점 관련 우려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합병으로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월간 웨이퍼 20만 장 수준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단순 합산으로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세계 10위(트렌드포스 기준)를 차지했던 DB하이텍이 월 14만 장, 매출 1조 2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병 완료 시 10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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