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280360)와 롯데푸드의 공식 합병으로 두 업체와 빙과부문에서 경쟁해 온 빙그레(005180)가 100%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합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빙그레는 해태제과에서 물적 분할된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100%를 지난 2020년 1325억 원에 인수했지만 아직 두 회사는 합병되지 않아 생산·영업망과 물류체계가 별도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빙그레도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결의안을 승인했다. 롯데제과가 존속법인으로 롯데푸드를 흡수 합병하면서 두 회사의 빙과조직도 서로 통합한다.
빙그레는 두 회사의 합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제과 통합법인의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이 45.2%(롯데제과 30.6%, 롯데푸드 14.6%)로 단숨에 1위에 오르는 데다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28.0%)와 해태아이스크림(12.3%)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은 40.3%로 롯데제과 통합법인보다 5%포인트 가량 낮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아예 합병까지 추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을 하면 원자재 통합 구매, 불필요한 생산라인 정비 등으로 비용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고 주력 브랜드에 영업력을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며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통합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빙그레도 합병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창훈 해태아이스크림 현 대표가 빙그레 출신이라는 점도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빙그레 관계자는 “합병과 관련해서 내부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수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이다.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렸던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에도 19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합병을 해도 시너지 효과가 나는 법”이라며 “빙그레가 합병 보다는 당분간 해태아이스크림 영업 정상화에 더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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