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미국 출장으로 감사원의 감사까지 예고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간대별 출장 일정을 공개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3일 경쟁당국 수장 간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으나 회의가 돌연 비대면으로 전환돼 무리한 출장을 감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정위는 조 위원장이 4일(현지시각) 리처드 파워스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DOJ) 부차관보 및 올리비에 게르성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 5일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양자회담을 열었다고 7일 밝혔다. 조 위원장이 지난 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쟁당국 최고책임자 국제회의(Enforcers Summit)’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으나 회의 직전 비대면 회의 통지를 받자 급히 조율된 양자회담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공정위의 중점 추진 과제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데다 갑작스런 비대면 회의 전환으로 조 위원장이 무리한 출장을 감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데 따른 응급 조치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양자협의회 개최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밝혔다가 보도 예정 시각인 6일 오전 10시까지 FTC 측의 보도 동의를 얻지 못해 배포 계획을 취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어렵사리 배포된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칸 위원장과 만나 현대 경제에서 경쟁당국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쟁법 집행 시 국제협력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했다. 파워스 부차관보는 킬러인수 대응과 혁신시장 획정 및 데이터 지배력 등 경쟁제한성 평가 요소 등 한국의 제도 개편 내용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공정위는 “한-EU 및 한-미 경쟁당국 수장의 양자협의회는 디지털경제에서 한국 공정위의 경쟁법 집행 경험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깊은 관심과 공정위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기회였다”며 “경쟁법 집행 원칙과 구체적 방법론 정립 등 주요 현안에 적극 참여해 한국의 관점과 입장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정위는 ‘외유성 출장’ 논란을 의식한듯 조 위원장의 시간대별 출장 일정표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임기 말 고위공직자의 외유성 출장에 “감사원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강행군 일정이라 감사를 받더라도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