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코스피 대형 기업들의 이익은 올해와 같은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따른 공급망 차질, 비용 증가 등의 여파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에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 가격 붕괴 등의 시나리오도 여전히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늦추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코스피 이익 개선세가 이어지더라도 증액 폭이 크게 줄어들 경우 ‘이익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27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기업 208곳의 내년도 영업이익 추정치는 236조 2,905억 원으로 집계돼 올해의 추정 이익인 220조 3,523억 원과 비교해 7.3%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역시 올해 컨센서스인 2,119조 7,497억 원보다 8.3% 증액된 2,295조 6,513억 원으로 추정돼 증액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지난 2019년 기업 이익이 급감했다가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했던 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이익 증가 추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코스피 기업 이익이 100조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의 이익 증가세는 100%를 넘을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은 이익 증가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5~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은 “내년 시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 회복 기대감보다 올해 실적이 워낙 좋아 증익이 대단해 보이지 않는 ‘기고 효과’가 크게 나올 구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투자 전문가들 역시 내년도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추세가 내년 코스피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되리라고 내다봤다.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PB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내년도 코스피의 움직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금리(53건)와 기업 이익(49건)을 택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이들의 전망은 비관론보다 낙관론에 가까웠다. 내년도 자산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업 증익에 관한 주요 시나리오에 대해 대체로 중간값(5.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줬던 것이다. 일례로 내년도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이어져 국내 반도체·자동차주 수출주의 이익 반등이 이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투자 전문가 100명은 평균 6.3점을 줬고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내년 중 해소돼 제조업 기업들의 이익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균 6.2점을 매겼다. 특히 메타버스·확장현실(XR)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가속화로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평균 7.5점을 매겨 중간값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편 이들의 전망처럼 코스피 기업의 이익이 순조롭게 개선된다면 코스피 역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올해 코스피 이익이 200조 원을 넘게 되면 역사상 최고 수준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피크아웃’ 우려가 나온다”며 “내년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주들의 증익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이익 한계치를 극복한다면 국내 증시에 화색이 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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